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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충분한 상담과 신뢰 요원한가

입력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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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전적으로 복종하게끔 되어 있는 7살, 10살의 아이에게 단식을 요구하는 것은 보이지않는 학대다. 아동을 굶기는 것은 아동 학대다. 부모의 뜻이 아무리 좋아도 아동에게 해롭다면 이는 명확히 아동 학대다.""아이의 천식 때문에 단식토록 했다. 전문가라면 아동학대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고생하는 천식 환자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짚어야 했다. 아이의 기침으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고통이 단식보다 덜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몇 달 전 천식을 앓는 자녀의 단식 체험기가 한 인터넷 신문에 게재됐을 때, 의사의 '아동학대' 주장과 아이들 엄마의 재반박이 오갔다. 아동 단식기는 꽤 많은 화제를 낳으며 관장, 단식, 자연요법을 둘러싼 양측의 논쟁이 이어졌다.

의학담당 기자로서 대체로 전문가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 공감이 갈만한 경험이 있다. 큰 딸이 모세 기관지염으로 생후 6개월만에 처음 입원을 한 뒤 수년간 기침과 가래를 달고 살았을 때, 병원 다니기에 지치다 못해 주변에서 권하는 많은 '비법'에 대해 문의해봤다.

하지만 '2분 진료'의 와중에 의사가 들려주는 말이라곤 "효과를 알 수 없다"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두 마디였다. 의학담당 기자로서 많은 정보를 접한 뒤에야 이해했지만 당시엔 "도대체 현대 의학이 해 줄 수 있는 게 뭐냐"는 불만에 시달린 게 사실이다.

천식처럼 소위 완치가 안 되는 질병은 환자와 보호자를 지치게 한다. 의사 역시 드라마틱한 치료의 기쁨을 느낄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충분한 상담과 신뢰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 소아과 의사는 "한달 만에 내원한 천식 아동의 증상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그러면 으레 복용량을 높여 처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동안 무슨 약을 먹었나 물어보니, 아이의 어머니가 배낭 한 가득 들어있는 약을 주섬주섬 꺼내놓는다. 그간 처방받은 약을 먹기 싫어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약을 충실히 먹었는가는 한번도 확인하지 않은 채, 양만 늘렸던 것이다"라고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현대의학은 치밀한 임상시험에 따라 치료법을 표준화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가 사라져버린 현대의학은 중세적인 민간요법에 참패하고 만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의학이 아니다"고 외면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왜 의학이 아닌가, 왜 근거가 없는가를 설명하는 것도 의사의 몫일 수밖에 없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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