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5일 핵무기 제조 기술의 해외 유출을 시인한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사면 요청을 받아들이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특히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던 미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적 영웅인 칸 박사가 돈을 마련하려고 개인적 실수를 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그의 사면 요청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핵사찰 방침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쓸데없는 짓"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이날 "파키스탄은 최소 5개 기업이나 국가로 구성된 국제 핵 암시장의 중심"이라며 "핵 기술 유출도 칸 박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 개리 새무어 박사는 "칸 박사 파문은 세계 역사상 최악의 핵 확산 사례"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은 칸 박사 사면 직후 무샤라프 파티스탄 대통령의 결정을 '내정문제'라고 규정 지으며 지지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칸 박사 사면이 다른 과학자들의 추가 핵 기술 유출로 이어지지 않겠냐"라는 질문에 대해 "파키스탄의 노력으로 국제 핵 기술 암시장은 붕괴됐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유독 파키스탄에게만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이 대 테러 전쟁에서 친미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무샤라프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핵 기술 유출이 자칫 파키스탄 정부 차원의 스캔들로 비화해 무샤라프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미국에 있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칸 박사의 사면은 미국이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흥정을 한 대가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이 파키스탄 정부와의 협력 아래 국제 핵 기술 암시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것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라는 시각이다.
AP통신은 이날 칸 박사의 사면은 핵 기술을 유출한 다른 과학자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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