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쓰겠다."4년전 시드니올림픽의 최대의 화제인물은 레슬링 그레코로망형 130㎏에서 우승한 룰런 가드너(32·미국·사진)였다. 올림픽 4연패에 도전하던 '13년 불패의 전설' 알렉산드르 카렐린(37·러시아)을 꺾고 우승드라마를 연출하자 전 세계 언론은 이를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연장전 끝에 1―0의 승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승승장구하던 가드너는 그러나 2002년 2월 스노모빌을 타다가 강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깊은 좌절을 겪게 된다. 그는 가까스로 얼음판으로 기어 나와 물 속에서 스노모빌을 꺼냈지만 온 몸이 물에 젖은 채 강 추위속에서 12시간을 이동해 나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구조됐을 때 그의 체온은 31도였고, 동상으로 오른쪽 가운데 발가락을 잘라내야 했다. 의사는 다시 걸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진단을 내렸다.
발가락 절단으로 그는 몸의 균형을 잡기도 힘들었다. 레슬링 선수에게 균형감각 상실은 선수생명이 끝난 것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의 복귀 의지를 꺾지 못했다. 바뀐 체급 규정에 맞춰 10㎏을 감량한 그는 지난해 매트로 다시 돌아왔다. 미국대표팀 코치 스티브 프레이저는 "균형을 잡는 것이 약점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에 가드너는 "내 발을 노리려면 상대는 더 빨라야 한다"고 응수할 뿐이다. 그의 아테네행 첫 관문은 5월 국가대표 선발. 그 동안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온 가드너는 "결과가 어떻든 난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며 올 아테네 올림픽에서 또 다른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주훈기자 nomad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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