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꾸러기 개미 두 마리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이지유 옮김. 국민서관
● 마루 밑 바로우어즈
메리 노튼 글. 베스 크러시, 조 크러시 그림
손영미 옮김. 시공사
오래 전 시외버스를 타고 경북 울진에서 봉화로 갔다. 낡아빠진 완행버스에 사회생활 초년병의 지친 마음을 구겨 넣고 아무 생각없이 삭막한 겨울 풍경을 내다보던 중 갑자기 나타난 비경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 깊고 깊은 불영계곡에서 받았던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몇 년 후 다시 그 곳을 찾았다. 그러나 승용차가 주는 낮은 눈높이로는 불영계곡의 깊이를 다 볼 수 없어 웅대한 자연이 주는 가슴 벅찬 감동에 대한 기대는 채워지지 못했다.
관점의 높이에 따라 시야가 그렇게 달라진다면 아주 작은 동물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떨까.
"장난꾸러기 개미 두 마리"와 "마루 밑 바로우어즈"는 작은 생명체의 삶을 각각 흥미로운 그림과 꼼꼼한 구성으로 그리는 책이다.
어느 날 정찰병 개미가 가져온 수정을 먹어본 여왕개미가 행복해 하자 개미들은 더 많은 수정을 모으러 길을 떠난다. 어두운 숲을 지나 끝없는 산을 기어오르고 마침내 유리 벽을 넘어 수정 바다에 도착한 개미들, 다들 하나씩만 집어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지만 수정 맛에 혹한 두 개미는 평생 그 곳에서 살기로 한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수정 그릇에 있던 두 개미는 시커멓고 뜨거운 호수에 빠졌다가 벌겋게 달아 오른 동굴에 들어갔다가 음식 쓰레기와 함께 정신없이 휘둘리고 전기 콘센트 구멍에 들어가 감전까지 된다. 다시 저녁이 되어 동무 개미들이 수정을 가지러 오자 두 개미는 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의 익숙한 분위기에 그들은 행복해진다.
그림을 보며 수정의 정체와 개미를 둘러싼 물건을 파악해 나가는 과정이 퍽 재미있다. 생김새도, 사는 방법도, 입고 먹는 것도 사람과 똑같지만 크기는 연필만큼 작은 종족이 있다. 팟, 호밀리와 그들의 딸 아리에티가 바로 그 종족, '바로우어즈'다. 그들의 작은 세상은 부엌 마룻바닥 아래다. 수도관에 구멍을 뚫어 물을 훔치고 커다란 괘종시계 뒤에 출입구를 뚫어 거실의 장식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부엌에서 먹을 것을 가져간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절대로 훔친다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는 단지 빌리는 것이므로.
그러나 그들의 '빌리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사람들 눈에 띄면 엄청난 재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 팟은 딸에게 조심하라고 누누이 이르지만 누가 아이의 호기심을 막으랴. 아리에티는 한 소년을 만나 친구가 되고 그들은 가정부의 눈에 띄어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 큰 의자나 옷을 만들 재료와 산처럼 많은 음식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세상에는 많은 인간들이 살 수 없으며 바로우어즈를 먹여 살릴 몇 명만 있으면 된다는 아리에티의 말은 항상 인간을 만물의 중심으로, 특히 어른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삼는 우리에게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외치는 것 같다.
/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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