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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잠자는 성매매 방지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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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잠자는 성매매 방지법안

입력
200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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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를 범죄라고 생각하십니까?대략적으로 말해서 이 글을 읽는 남성 독자 가운데 약 절반 정도만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한 여성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남성들의 48.9%만이 성매매가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는 성교를 통하여 자아를 파괴하고 비인간화시키는 성착취이다.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이 타인에 대한 성적 서비스로 대상화될 때 이미 인권침해는 일어난 것이며 따라서 성매매는 범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침해 행위가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2002년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최소 33만 명 정도가 풀타임 형태로 성매매에 관련되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성매매 관련 산업의 경제규모는 약 24조 원으로서 2002년 국내총생산(GDP)의 4.1%를 차지한다.

성매매 산업의 형태도 전통적 성매매 밀집지역이나 유흥주점에서의 성매매는 물론, 전화방이나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성매매 등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를 반영하듯 기혼 남성의 54%가 성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성매매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성매매에 대한 남성의 수요는 티켓다방에서부터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남성의 수요가 광범위한 데는 모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그릇된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윤락이라는 이름으로 성을 파는 여성들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윤락 여성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 왔다. 성매매가 남성 소비자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의지와 선택에 의하여 윤락여성이 되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함으로써 먼저 남성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성매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게 된 것이다.

만약 남성의 수요가 줄어든다면 아무리 이윤동기가 강하다 하더라도 성산업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 성매매는 이를 수단으로 폭리를 취하는 알선업자들에 의하여 확대 재생산되어 왔다. 이들은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접대문화에 기생하면서 높은 이윤을 남기되 쉽게 탈세할 수 있는 성산업을 구조화하였다. 이 성산업에서 실질적으로 성을 파는 자는 알선업주이고 성 행위를 제공하는 여성은 성 착취의 대상으로 상품화되는 것이다.

이 성 착취 구조 속에서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 참사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감금 등 더욱 악랄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 또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그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여도 업주들의 감시와 선불금이라는 족쇄에 발이 묶여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현행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성매매와 그 알선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성매매를 둘러싼 여러 가지 현실을 반영하여 이를 근절시킬 수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해 성매매알선등방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또 여성부와 국무조정실 산하의 성매매방지기획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교육과 홍보를 통하여 성 평등의식을 고양함으로써 성매매에 대한 수요를 원천적으로 줄여나감과 동시에 성매매를 통하여 이윤을 취하는 사회적 구조를 해체하며, 접대·음주 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 일들이다.

성매매알선등방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법안은 아직도 심의되지 않고 있고 머지 않아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16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까지 아직 성매매알선등방지법안을 심의할 시간은 충분하다. 국회의 입법 활동에 분발을 촉구한다.

최 일 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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