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민생 안정과 정쟁 중단을 강조함으로써 다른 당과 차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과거를 털고 미래로 갑시다'라는 제목 대로 야권의 강경 공세에 직접 대응하지 않고 '책임지는 여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 것이다.정 의장이 이날 취임 후 한 달 여 계속해 온 민생·현장 탐방을 열거하면서 경제 회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한 것도 야당과의 소모전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 의장은 특히 이날 '닭번개' '우시장' '쪽방동네' '기사식당' 등 민생 용어들을 총동원, 정책 정당으로서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 의장 취임 후 계속된 우리당의 지지율 상승세 유지하기 위해선 싸움하는 정당보다는 안정적인 여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야당의 대선자금 청문회에 대해선 "떼도둑이 검사를 불러 심문하는 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개헌론, 노무현 대통령 탄핵론에 대해서도 "정권찬탈을 목적으로 한 행위"등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위험 수위를 넘은 야당 공세에 대해선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도 이날 공세의 초점을 정밀하게 조정, 여권 총선 전략의 속내를 내비쳤다. 그가 전날 조순형 대표의 연설을 비롯한 민주당의 거듭된 공세에 대해 거의 대응하지 않고, '정쟁중단' '당사 매각'등을 주장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발언만 집중적으로 문제 삼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당을 배제하고 한나라당과의 양강 구도를 굳혀, 4월 총선을 개혁과 보수세력간 대결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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