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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53억 모금이 거짓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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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53억 모금이 거짓말이라고?

입력
200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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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돈 민경찬씨의 653억 펀드 모금의혹 수사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대통령 친인척 신분을 이용한 단순한 개인 비리인지, 아니면 권력주변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6일 민씨를 펀드의혹과는 무관한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민씨가 모금자체를 부인했고 수사로 드러난 돈도 없다고 밝혔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렇게 가면 의혹 해소는커녕 한층 키울 것이 걱정된다.민씨가 말을 바꾸자 흔한 사기행각을 위해 거액펀드 조성을 말로만 떠들고 다닌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이 민씨가 병원 신축을 빌미로 식당 운영권을 5억원에 팔아 넘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는 의혹이 불거져 지금에 이른 경위에 비춰 설득력이 없다. 민씨 스스로 모금사실을 거듭 공언하면서 위법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모금을 제지하다 실패했다고 해명한 사실 등을 상기하면, 모든 게 한갓 해프닝이라는 얘기는 상식을 우롱하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민씨가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금융계좌까지 추적했다면서 민씨의 말 바꾸기 때문에 펀드 조성여부조차 헷갈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 동안 민씨와 말씨름만 했다는 얘긴지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는 공연히 시간을 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에 진상규명을 맡기라는 당위론을 외면한 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어물쩍 수사를 맡긴 것부터 석연치 않았다. 오죽하면 열린우리당이 민정수석을 탓하겠는가. 지금 중요한 것은 민씨의 구속 여부가 아니다. 국민의 관심은 653억원의 실체를 납득할 수 있게 확인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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