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김정은 옮김 바다출판사 발행·1만2,000원
'모성 혁명'은 38세에 첫 아이를 가진 여성의 임신, 출산, 수유 일기 형식을 갖췄다. 이 책은 그러나 '임신중 환경의 역습 경고서'다. 생태학자이고 환경운동가인 저자 산드라 스타인그래버가 임신한 자신의 신체의 안과 밖을 과학자의 눈으로 관찰하고 분석한 책이다.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처음 봤을 때의 감격, 입덧의 고통, 출산을 앞둔 불안감 등 예비 엄마가 겪는 다양한 감정과 함께, 뱃속 아이를 위협하는 오염된 환경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매일 먹고 마시는 물과 음식, 숨쉬는 공기 속에 들어있는 독성화합물이 아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일깨우는 곳곳의 대목들은 놀랍고 섬뜩하다.
드라이클리닝 용액과 제초제, 살충제 등으로 오염된 수돗물은 선천성 기형 및 저체중아 출산 등과 관련을 갖는다. 수돗물 대신 생수를 마신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수돗물의 휘발성 오염물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호흡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변기물을 내리거나 수도꼭지를 틀거나 샤워기·가습기·세탁기를 켜면 오염물이 물을 떠나 공기 중에 퍼진다. "내가 교직원용 식당에서 수프를 먹을 때마다 학생들과 차를 마실 때마다 숨을 쉴 때마다 나는 이곳의 물을 먹고 있다"는 저자의 말은 조용한 충격이다. 먹거리 중 살충제가 뿌려지고 독성폐기물 매립지 근처의 밭에서 자란 뿌리채소도 해롭거니와, 저자가 특히 경고하는 것은 생선이다. 물 속 생태계는 긴 먹이사슬을 갖고 있으며, 이 중 상위 포식자인 참치와 옥돔, 왕고등어 등은 태아의 뇌를 손상시키는 메틸 수은을 다량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두뇌를 손상시키는 성분을 갖고 있는 납 페인트, 모유의 오염 등 외부 환경이 태아 뿐만 아니라 젖먹이 아기에게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고발한다. 아이가 자궁에 안착하는 순간부터 가해지는 잔인한 환경의 폭력을 새롭게 깨닫고, 오염된 생태와 환경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 "내 몸 안의 생태계를 보호하려면 바깥 생태계를 먼저 보호해야 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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