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핵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 핵 기술을 북한 이란 리비아 등에 몰래 유출했다고 공개 시인했다. 당장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차 6자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걱정된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여부가 핵심 쟁점인 마당에, 파키스탄이 우라늄 농축기술을 북한에 전파했다고 인정한 것은 협상 분위기를 흐릴 것이다. 우리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파키스탄 핵 개발의 영웅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4일 핵 기술 유출책임을 인정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부측은 그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설계와 장비를 유출하고, 여러 차례 북한에서 핵 기술을 가르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측근과 야당은 정부와 군 고위층 몰래 핵 기술을 유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따라 국민적 영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에서 우라늄 농축기술을 들여 온 증거를 클린턴 행정부 때 발견, 부시 행정부에 인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2년 가까이 지나 켈리 특사의 방북 때 갑자기 이 문제를 거론, 완전한 사찰과 검증을 요구하며 북핵 협상을 사실상 동결시켰다. 북한은 농축우라늄 핵 계획 자체를 부인했고, 우라늄 농축 기술을 곧장 핵개발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하다고 보는 객관적 전문가도 많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이번 파문으로 북핵 문제의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 북핵 협상이 부진한 원인은 핵 능력에 관한 북·미의 엇갈린 주장 자체보다 해결 방식에 관한 타협 없는 대치이고, 결국 해결 의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이번 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지만, 우리로서는 6자회담을 앞둔 여러 정황을 잘 살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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