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열다섯 시간씩 무려 열다섯 달 동안 이어온 스님들의 혹독한 수행이 끝났다. 호랑이라도 나올 것 같은 오지 중의 오지인 태백산 남쪽 자락 경북 봉화군 춘양면 각화사 태백선원. 2002년 겨울 가행정진(加行精進)에 들어갔던 스님 22명이 조계종의 올해 동안거 해제일인 5일 산문을 나섰다.근래 보기 드문 '15개월 15시간 가행정진 결사'에 나선 이들은 초심자에서부터 수행 이력 10∼30년의 구참에 이르는 31명의 스님이다.
이들은 새벽 1시에 일어나 밤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가부좌를 틀고 50분 가량 참선하고 10분 정도 다리 풀기를 반복하면서 매일 15시간씩, 길게는 20시간 이상 '참 나'를 찾기 위해 수행했다. 위의 부담을 덜고 졸음을 쫓기 위해 아침은 죽, 점심은 발우공양으로 해결했으며 저녁은 거르는 등 음식도 절제했다.
각화사 주지 철산 스님은 "이가 흔들리고, 수행 중 까무러친 스님이 한둘이 아니었다" 며 수행의 고통을 전했다. 수행 과정에서 일부 스님은 몸에 이상이 생겨 중도에 선방을 떠나야 했다.
태백선원 선원장 고우(古愚) 스님은 이렇게 흔들리는 수행 스님들을 다잡아주고 격려했다. 고우 스님은 "좋아서 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도 고행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며 "발심이 돼 있었기 때문에 육체적 어려움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스님들은 가행정진이 끝난 5일 선방에 모여 자자(自恣·수행기간 동안의 자세와 언행에 대해 반성하는 모임)로 자신의 허물을 참회했다.
태백선원은 1, 2개월 후 다시 1년 가량의 수행 정진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전국 선원 97곳에서 스님 2,255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작된 조계종 계미년 동안거도 이날 종료됐다. 법전(法傳) 종정은 "눈에 티가 없으니 긁으려 하지 말고/ 거울에 먼지 없으니 닦지 말아라/ 발길 따라 문을 나서 대로를 걷되/ 주장자를 옆으로 메고 청산가를 부른다" 는 법어를 내려 스님들의 정진을 격려했다. /봉화=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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