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육상자위대 본대 1진이 5일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 캠프 버지니아에서 사막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곧 모두 550여명이 이라크 남부 사마와에서 이 지역 치안유지 책임을 맡고 있는 네덜란드군의 경호 아래 급수, 병원건설 등 인도지원 활동을 하게 된다. 현재 이라크의 나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서희·제마부대와 똑같은 활동이다.
자위대는 1991년 걸프전 종전 직후 페르시아만에 소해정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1992년 캄보디아 유엔평화유지활동(PKO), 1993년 모잠비크 PKO, 1994년 르완다 난민지원, 1998년 온두라스 지진 국제지원, 1999년 터키 지진 국제지원, 2001년 인도 지진 국제지원 등에 파견됐다. 지금도 진행 중인 골란고원 PKO, 동티모르 PKO, 아프가니스탄 대 테러전쟁 후방지원에도 자위대가 가 있다.
한국군도 1993년 소말리아를 시작으로 앙골라, 카슈미르, 서부사하라, 그루지아, 사이프러스,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등의 PKO에 참여해왔다.
자위대와 한국군이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해외에 얼굴을 내민 것은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안보 동맹국인 미국이 유엔의 모자를 쓰고 주도하면서 참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완전한 동의를 얻지도 못한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까지 가담하는 데서 사정은 더욱 알기 쉬워졌다. 좀 송구스러운 표현이지만 미국의 장군들에게 한국군과 자위대는 불러내기 가장 편한 '1중대' '2중대'로 보일 것이다.
치안유지까지 맡기 위해 추가 파병할 한국군 전투부대는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 배치될 예정이라 자위대와는 만날 일이 없다. 만약 배치지역이 같다면 자위대는 한국군의 지휘 아래서 한국군의 경호를 받으며 움직여야 한다. 이런 장면은 2002년 소규모로 일시적이지만 동티모르에서 벌어졌었고 한일 공동 월드컵을 기념해 양군이 축구시합도 했다.
한국군에게 전투부대 이라크 투입은 베트남전 이후 가장 위험한 해외 파병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전선에 출동하는 미군의 후방지원을 위해 경찰예비대로 태어난 자위대에게도 창설 이래 가장 위험도가 높은 임무다. 전장(戰場)경험이 없는 자위대는 지난해 12월 백선엽(白善燁) 전 육군참모총장을 초청해 정신교육을 받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의 사관학교, 일본의 방위대학교 사이에는 교환유학생을 주고 받은 지 오래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하면 신라 장군이 웃을 일이지만, 자위대 이라크 파견에 대한 한국 일각의 '기우(杞憂)'를 들으면 미국 장군도 좀 웃을 것 같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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