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엄포도 통하지 않았다. 미국계 투자 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기습 이사회'를 열고 LG카드 지원을 거부했다. 하지만 앞선 3차례의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던 한미은행은 LG카드 지원에 참여키로 했다.LG카드 어떻게 되나
외환은행은 4일 밤 긴급 이사회를 열고 LG카드 신규 지원과 출자전환 안건을 부결시켰다고 5일 공시했다. "외환카드의 독자적인 합병 추진에 따라 유동성 지원 및 충당금 적립 등이 은행에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LG카드에 대한 지원까지 추가로 고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지원안 통과가 어려워 보였던 한미은행은 기존 채권 출자전환(335억원)은 하지 않되 334억원 유동성 지원에는 참여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외환은행 이탈에 따라 가장 큰 관건은 LG카드 지원에 합의한 다른 15개 은행의 반발 수위다. 현재까지 은행, 보험사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당초 지원 방침을 번복할 의사는 없지만 외환은행 분담금을 추가 부담할 수는 없다"는 것.
정부와 채권단은 이에 따라 이르면 6일 회의를 열고 외환은행 지원 거부에 따른 수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정부가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외환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15개 은행이 당초 분담액대로 지원을 하는 것이다. 외환은행 분담액 1,171억원과 한미은행 출자전환액 335억원을 제외할 경우 LG카드 지원액은 총 3조6,500억원에서 3조4,994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나머지 15개 금융기관이 분담 비율대로 외환은행 분담금을 재분배하는 방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외환은행 분담금을 추가로 떠 안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정부도 두렵지 않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경고도 외국인 대주주들의 상업 논리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2002년 하이닉스반도체 정상화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이 끝까지 지원을 거부해 매수 청구를 통해 부채를 탕감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 LG카드 사태는 외국계 은행들이 앞장 서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공공의 이익' 혹은 '국민 정서' 등을 이유로 이들 범 외국계 은행에 고통 분담을 강제하는 '관치 금융'이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 탓에 금융계 안팎에서는 "외환은행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만약 솜 방망이 제재에 그친다면 앞으로는 국내 은행들조차 정부의 요청에 불응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대주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적 불이익을 입는 관행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