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도 없는 희귀병에 걸려 거동조차 힘든 40대가 16년째 투병생활을 하면서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주인공은 지난해 12월 제45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윤철호(41)씨. 윤씨는 여름이면 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햇볕을 쏘일 수 없는 희귀병 환자로 지금도 전남 여수시 화양면 창무리 고향 집에서 노모와 함께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법조인을 꿈꾸던 그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마가 찾아온 것은 서울대 법학과 3학년 때인 1987년 여름. 햇볕을 받으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오르면서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지는 증세가 돌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
결국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병세는 더욱 악화해 10여년을 외부출입을 못하고 누워서만 지내야 했다.
그러던 그가 기적적으로 병세를 회복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 육식을 끊고 줄곧 생식 등 자연요법으로 치료한 것이 효험이 있었던 듯 차츰 정상을 되찾아갔다. 그가 전남 광양의 백운산 옥룡계곡 근처의 한 산장으로 들어가 고시공부를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
1년을 독학한 뒤 2001년 사시 1차에 응시, 합격한 그는 그 해 여름 몸 상태가 다시 악화하자 법무부에 에어컨이 설치된 시험장에서 2차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시험을 포기해야 했다. 이후 1년을 쉬면서 건강을 추스린 그는 지난해 사시에 재도전해 1, 2 ,3차 시험을 한꺼번에 통과했다.
이제 활동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은 윤씨는 "날품팔이로 병든 자식을 돌봐온 홀어머니의 간병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기쁨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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