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역대 최고 이적료인 11억원의 몸값을 배출하는 등 바야흐로 K리그가 이적료 '1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역대 최다인 193명의 FA 선수가 풀려난 데다 '제13구단의 창단' 등이 맞물려 FA시장의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FA 시장이 활성화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최근 열리고 있는 여자프로농구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FA를 통해 '대어급 선수'를 영입한 '만년 꼴찌' 금호생명이 우승후보로 꼽히는 등 여자 농구계의 전력 판도를 흔들며 팬들의 흥미를 배가하고 있다.
그러나 FA 시장의 활성화는 '부자군단'에게 일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투자를 많이 하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경제논리에도 적합하고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투자한 만큼 성적이 나야 향후에도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려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K리그 3연패를 달성한 성남이 수 십억원을 투자, 김도훈 윤정환 이기형 등을 영입해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 좋은 사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구단도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쪽으로 FA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어린 선수나 무명의 선수를 쓸만하게 키워 놓으면 '부자구단'이 거액의 베팅으로 싹쓸이해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구단에 어느 정도의 기득권을 주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2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시민 구단들이 커나갈 수 있다. 앞으로 FA 제도가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제에 모호한 해외진출 관련 규정과 높은 이적료 산정 기준의 보완도 필요하다.
최고의 몸값을 기록한 선수들에게도 한마디 충고를 하고 싶다. 올 시즌 K리그서 거액의 몸값에 맞는 활약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괜히 적자 투성이인 국내 구단들이 과잉투자로 몸값 '거품'만 양산했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구단의 투자가 결코 밑지지 않은 장사였다는 것을 실력으로 입증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구단들이 앞다퉈 투자를 할 것이고, K리그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 국가대표팀 감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