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부산구치소에서 자살한 안상영(65) 부산시장의 유서와 옥중일기가 5일 공개됐다. 안 시장은 유서와 일기에서 검찰의 부당한 수사와 보석을 허가하지 않은 법원에 대한 원망, 열악한 구치소 생활 등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안 시장은 동성여객 추가 뇌물수수 혐의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2월17일 이미 자살을 결심하고 부인과 아들, 딸에게 유언장 형식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안 시장은 옥중일기에서 "검찰이 진흥기업 박모(74) 전 회장에게 (시장에게) 돈을 주었다는 진술만 하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며 사람을 시켜 여러 번 위협하고 종용했었다고 전해 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박 회장이 서울에서 5번, 부산에서 4번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의 고통을 (나에게) 호소했으며 (검찰이) 피라미드식으로 조여 왔다"고 말해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을 제기했다.
안 시장은 또 "(검찰의) 압박을 받고 시달렸으니 (박 회장이)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라며 박 회장에 대한 섭섭함과 함께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또 안 시장은 법원에 낸 보석과 구속정지집행신청조차 기각 당한 데 대해 "도주 위험도 없고 증거 인멸의 가능성도 없는데 여론재판에 의한 시대적 희생은 곤란하다"며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안 시장은 수 차례에 걸쳐 "밤에 추웠다. 약 없이는 잠 자기도 어렵다. 허리가 심하게 아프다.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적는 등 열악한 수감생활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안 시장은 지난해 12월17일과 18일, 31일 부인 김채정(64)씨, 아들 정훈(30)씨, 출가한 딸 혜원(37)씨 앞으로 '이것이 마지막일는지 모른다. 가정과 노모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과 재산분배방식을 전하는 유언장을 남겼다. 지난달 16일에는 다시 부인에게 '미안하오. 당신과 함께 해로하고 싶었는데…'라는 마지막 편지를 썼다.
안 시장은 또 지난해 12월31일 부산시민과 부산시 직원들 앞으로도 "'세계도시 부산'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으나 중도 하차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안 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금정구 청룡동 영락공원에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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