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원빈씨에 비하면 저는 편하게 영화를 찍었지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진태(장동건)의 약혼녀 영신으로 출연한 이은주(24)는 감독 말처럼 1950년대를 배경으로 서 있어도 전혀 튀지 않는다. 가을이면 결혼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던 영신은 약혼자가 군에 끌려간 후 말 못하는 진태의 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며 억척 같은 삶을 산다.배급 쌀을 준다는 이유로 우익이건, 좌익이건 부르는 대로 끌려 다니던 영신은 결국 우익청년단의 총을 맞는다. 결국 이은주가 연기한 영신은 부모 부양하기 위해, 자식들 배 곯지 않게 하기 위해 명분보다 실리를 쫓아 다녀야 했던 우리 어머니들의 슬픈 모습이다.
‘카이스트’에서 똑 부러지는 공대생을 연기했던 이은주는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에서 수정 같은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뚜렷이 주목할 만한 작품이 없어 그녀의 작품 고르는 안목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은주는 그녀가 해야 할 몫을 꽤 근사하게 해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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