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태는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가의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올 하반기에는 상당부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프랑스 최대은행 '크레디 아그리콜 엥도수에즈' 한국대표인 파트리스 쿠벤(사진) 한불상공회의소(FKCCI) 회장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을 위해 신용카드 남용을 방치하다가 문제가 너무 커져 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쿠벤 소장은 또 환율정책에 대해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수출이 경기를 지탱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환율방어에 나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한국은행이 언제까지나 원화를 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당국의 개입을 비판했다.
쿠벤 회장은 이어 한국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기업 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는 "재벌개혁은 꼭 필요하지만 몇 년 안에 이룰 수는 없고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쿠벤 회장은 또 "거대한 중국의 부상은 한국경제의 경계대상 1호"라며 "중국이 제조업뿐 아니라 첨단분야에서도 엄청난 속도로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과감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편 삼성그룹을 특집으로 다룬 격월간 기관지 '코레 아페르' 1·2월호를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 눈길을 끌었다. 쿠벤 회장은 "삼성은 프랑스와 가장 많은 교류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인데다 외국에서도 한국 자본주의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며 "신중한 브랜드 전략과 지속적인 내부 구조조정의 결과, 한국 전체 수출의 20%,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삼성그룹 소개와 함께 삼성 구조조정본부 이순동 부사장, 김병국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 부사장, 제롬 스톨 르노삼성차 사장 등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또 주한프랑스대사관 프레데릭 위베르 경제상무관은 이 책에서 "한국의 재벌들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아직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며 "대기업의 회계는 여전히 불법 투성이고 오너 가족들이 기업을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벤 회장은 "한불상공회의소가 한국에 진출하는 프랑스 기업들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뿐 아니라 프랑스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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