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불황한파 몰아쳤지만 이웃사랑은 "103?"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불황한파 몰아쳤지만 이웃사랑은 "103?"

입력
2004.02.06 00:00
0 0

골프 강사 박병준(36)씨는 지난 연말에도 어김없이 이웃돕기 성금 172만원을 냈다. 서울 은평구의 골프연습장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한 사람에게서 받는 레슨비 13만원 중 1만원씩을 꼬박꼬박 모아 연말이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한승헌)에 기탁한 것이 벌써 7년째. 1997년 230만원, 98년 130만원, 99년 261만원, 2000년 300만원, 2001년 250만원, 2002년 230만원. 내는 돈이 수입에 따라 들쭉날쭉이지만 '사회에서 얻은 것은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그의 소박한 철학을 매년 실천하고 있다. 불황으로 지난해 추석 이후 일거리가 거의 떨어져 실직자나 다름없는 신세지만 그는 이번에도 돈을 냈다. "금액이 적다"며 오히려 미안해 하면서.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웠다는 지난 연말연시. 불황으로 온 사회가 얼어붙었지만 개미들의 이웃사랑은 식지 않았다. 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2개월간 펼친 '희망2004 이웃돕기캠페인'에는 모두 949억원의 기부금이 모여 전년도 모금액 897억원보다 52억원(6%)이나 늘어났다.

기업들이 낸 기부금이 580억원(61%)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기업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개인들도 188억원(19.8%)을 내 전년도(166억원·18.6%)보다 비중이 1.2%포인트 많아졌다.

개인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이웃사랑을 실천했다는 것은 캠페인 마지막에 드러났다. 1월29일까지는 전년도보다 모금 실적이 낮았지만 1월31일 고속도로 톨게이트, 지하철역, 우체국, 은행, 동사무소 등에 설치된 30여만개의 동전모금함을 개봉하자 목표 921억원을 3% 초과 달성해 공동모금회가 산정하는 '사랑의 체감온도'가 103도까지 올라간 것이다.

은평구에 사는 네 아이의 엄마라는 익명의 주부는 1만원권 지폐 5장이 든 봉투 70장과 쌀 70포대(10㎏짜리)를 기부했다. 지난해에도 기부에 참여했던 이 주부는 쌀 포대를 가득 실은 트럭에서 70포대만 내려놓은 뒤 "나누어줄 데가 더 있다"며 이름도 밝히지 않고 가버렸다고 한다. 서울 성북구에서 과일행상을 하는 전삼복(57)씨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귤 700상자를 기탁했다. 그는 2000년부터 해마다 사과 귤 등 과일 상자를 내놓고 있다.

이밖에 연말에 금연을 결심하고 1년 동안 피울 담뱃값을 기부한 택시 기사, 3년 전 태어난 아들 이름으로 매월 1만원을 기부하는 젊은 아빠, 65세가 지나 국민연금이 나오자 일부를 떼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영업자 등 각박한 세상에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서민들의 손길은 끊이지 않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