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하면 생각나는 것들. ‘빨리 나온다’ ‘싸다’ 심심할 때 먹는 간식이다’…. 패스트 푸드(Fast Food)의 대명사인 햄버거의 느낌이다. 지금도 그럴까? 물론 아니다. 햄버거에 슬로 푸드(Slow Food)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1986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슬로 푸드는 나라나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음식과 식탁문화를 계승ㆍ발전시키자는 식생활 운동. ‘마치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듯한’ 미국식 패스트 푸드형 햄버거에 반대해 일어난 운동으로 한마디로 ‘신선한 재료로 자기 집 부엌에서처럼 요리된 음식을 먹자’는 주장이다.
국내에서도 햄버거가 패스트 푸드에서 슬로 푸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슬로 푸드식 햄버거를 제공하는 ‘버거 카페’가 늘어나고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햄버거의 슬로 푸드화가 새 트렌드가 됐다. 최근 브랜드 런칭한 프레쉬니스 버거를 비롯, 하워드앤마리오, 내쉬빌 스테이크 하우스, 크라제 등의 버거카페에는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햄버거 맛을 즐기려는 이들이 줄지어 몰려 든다.
슬로푸드 햄버거, 어떻게 다른가?
누가 햄버거를 ‘정크 푸드’(Junk Food)라고 했는가? 버거 카페에서는 더 이상 햄버거를 그렇게 부를 수 없다.
슬로 푸드 햄버거는 한 마디로 ‘홈메이드 햄버거’를 지향한다. 주문하면 바로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한다. 주문과 동시에 빵을 데우고 소고기를 다진 패티(Patty)를 굽고 신선한 야채를 담아낸다. 걸리는 시간은 5~10분. 고객들은 전혀 보채지 않는다. 신선하고 따끈한 햄버거 맛을 위해서라면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태도다.
프레시니스 햄버거의 심경섭 과장은 “조리사의 손맛이 느껴지지 않는 햄버거는 더 이상 시장성이 없다”며 “고기부터 야채, 소스, 그리고 불 조절 까지 요리과정 하나하나에 조리사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고 말한다.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을 ‘워머’(Warmer)에 보관해 놨다가 주문하면 내주는 햄버거는 결코 상상할 수 없다.
슬로 푸드 햄버거, 건강을 생각한다.
재료부터 다르다. 프레시니스버거의 햄버거에 들어있는 야채는 살아있다. 저농약으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만을 사용해서다. 매일 아침 신선한 야채를 매장에 배송, 당일에만 사용함으로써 야채가 신선한 상태로 식탁에 오른다. 이름 그대로 신선한 햄버거맛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내쉬빌 스테이크와 하워드앤 마리오는 패티를 그릴에서 굽는다. 구울 때 패티 표면에 그려지는 얼룩말 같은 줄무늬가 선명하고 그릴 아래로 지방이 흘러내리는 것이 그대로 보인다. 프레시니스버거 또한 특수 제작된 철판을 사용한다. 질 좋은 순수 쇠고기를 다져 단백질 함량이 높고 영양 만점인 패티를 만드는 것 또한 한결같다.
모든 요리는 매장의 주방에서 이뤄진다. 패스트푸드처럼 공장에서 생산된 가공된 재료는 쓰지 않는다. 집에서 하는 요리처럼 패티나 소스도 매장의 주방에서 만든다. 하워드앤마리오의 오픈된 주방에서는 매일 아침 햄버거에 들어갈 소스를 배합하고 끓이느라 분주하다. 하워드앤마리오의 이성진 실장은 “그동안 패스트 푸드로 가볍게 인식돼온 햄버거가 이제 훌륭한 음식으로 재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글·사진=박원식기자
■햄버거 맛있는 집들
프레쉬니스버거 명동점 (02)752-6170 압구정점 (02)548-3412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하우스 메이드 햄버거를 가장 값싸게 맛볼 수 있는 곳. 일본계 슬로푸드 햄버거 전문점. 햄버거를 덮는 빵 반죽에 단호박이 들어가 있어 빵이 눅눅해지지 않는다. 일반 슬라이스 치즈 대신 치즈소스를 사용하는 것이 독특하다. 체다치즈와 고다치즈 모짜렐라 치즈 세가지를 화이트와인에 믹스해 만든 것으로 치즈향이 고소하면서도 깊어 패티의 맛을 배가시켜준다.
오렌지 자몽 레몬 자몽 등 과일 주스도 고객이 볼 수 있도록 고객 눈 앞에서 과일을 직접 짠 프레시 주스만 제공한다. 치즈버거, 베이컨 오믈렛버거, 데리야키 버거 등 9가지 햄버거가 있으며 3,000~3,600원. 토마토와 칠리소스가 믹스된 살사소스가 들어간 살사버거, 가볍게 볶은 대파와 미트소스가 들어간 네기미소 버거 등도 별미. 어린이용은 2,000원 내외. 프라이드 포테토(1,300원)의 감자는 초승달 모양으로 잘라 놓은 형태. 핫도그와 치킨 토틸라도 맛있다.
하워드앤마리오 명동점 (02)756-2504~5
미국의 가정에서 맛볼 수 있는 정통 햄버거. 몸무게 230㎏에 정감있는 미소가 매력적인 미국인 주방장 마리오씨가 정통 미국식 스타일의 햄버거 맛을 선사한다. 미국 버거챔피언십 2회, 칠리챔피언십 3회 우승 경력의 그는 아버지 때부터 미국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햄버거집 ‘빅맨 패밀리’를 운영하고 있다. 주방경력만 30년.
어른 두사람이 먹어도 배부를만한 큼직한 크기의 마리오 킹버거(8,600원)와 달콤한 맛이 일품인 하워드 바비큐 체다버거(9,300원)가 대표 메뉴. 마리오 킹버거에는 케첩과 피클로 섞어 만든 마리오소스가 들어가 새콤하면서도 향기롭다. 파인애플과 바비큐 소스가 뿌려진 체다버거는 과일향과 스모크향이 묘한 조화를 풍긴다.
여성들과 양이 적은 사람들을 위한 슬림은 5,200원. 무엇 보다 통감자를 썰어 튀겨낸 이집 프렌치 프라이즈는 그 어떤 집 보다 고소하면서 부드럽다. 만든지 수십분이 지나도 전혀 눅눅해지는 일이 없다. 각종 파스타와 샌드위치 샐러드 부리토 수프 등 맛깔스런 메뉴가 다양하다.
내쉬빌 스테이크하우스 이태원 (02)798-1592
햄버거를 스테이크처럼 먹을 수 있는 곳. 이태원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 전문점으로 꼽힌다. 안주인 이옥희씨가 해밀톤호텔 건너편에서 23년째 똑 같은 맛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인 손님을 받기 시작한 건 불과 5년전. 미국사람들은 ‘미국에서 먹던 햄버거와 맛이 똑같다’고 말한다.
그릴의 아래쪽에는 화산석이 있는데 불에 달궈진 화산석의 열로 소고기 패티를 익히는 과정에서 지방이 제거된다. 고기 굽는 정도도 웰던 미디엄 등 따로 주문할 수 있다. 패티 옆에 양파와 상추 토마토 등 사이드 디시를 따로 놔주는데 각자의 기호대로 햄버거를 만들어 먹도록 하기 위해서다.
케첩 칠리소스 바비큐소스 핫소스 등 각종 소스도 개인의 취향대로 뿌려 먹는다. 칠리소스를 빵과 패티에 듬뿍 끼얹어 나오는 칠리치즈버거는 고소하면서도 매콤하다. 버섯이 들어간 사테버거(8,500원)도 별미. 모두 두 사람이 먹어도 남을 만큼 크기가 크고 푸짐하다. 버거 6,800원. 패티 두장이 들어가는 더블은 1만원. 치즈버거 7,000원(더블은 1만400원)
/글 사진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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