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백화점들이 잇따라 벌인 '3만원짜리 신사정장' 행사는 실상 소비자를 유혹하는 '미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장을 찾은 대부분 소비자들은 제값이나 다름없는 최고 35만원에 1∼2년 된 재고 상품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이같은 미끼상품은 제대로 수선이 되지 않는 등 서비스도 형편없어 소비자들을 이중으로 속인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신사정장 초특가전 경쟁
새해 첫 달 3일부터 '신사정장 최저가 파격 공개전'를 열어 '3만원짜리 정장'의 원조격이 된 애경백화점 서울 구로점은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다시 비슷한 행사를 연다. 지난달 27일부터 이 달 5일까지 '신사정장 사계절 상품 창고 대방출' 행사를 벌였던 그랜드백화점 경기 일산점도 12일까지 또 다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서울 영등포점도 지난달 16∼20일에 이어 이달 6∼12일에도 할인행사를 갖는다.
3만원 정장은 미끼상품
백화점들이 정장을 이처럼 싸게 팔 수 있는 것은 지난해 이후 극심한 소비 위축에 따른 재고누적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에서 비롯됐다. 봄 신상품의 경우 2월 중순 나와서 8월쯤 시즌 마감을 하게 되는데, 팔리지 않는 제품은 세일 기간에 팔리거나 상설할인매장 등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도 남으면 창고에 쌓아 두었다가 1년 뒤 '이월상품전' 등을 통해 5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이 경우에도 제조 원가 이하로는 팔지 않기 때문에 10만∼20만원대의 가격은 유지하는데 작년의 경우 이마저도 불경기로 팔리지 않았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창고비·물류비 등을 부담하느니 ㎏단위로 싼 값에 전문업자에게 파는 소위 '땡처리'를 한다. 이런 물건이 백화점의 '3만원짜리 미끼 상품'으로 등장한 것.
수선 안되는 제품도 판매
실제 한 백화점 행사장에는 '3·5·7만원 균일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정작 3만원짜리 물건은 10%도 안됐다. 대신 최고 35만원짜리 정장이 걸려 있었다. 한 켠에는 '수선은 되지 않는다'는 표시도 있어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객들이 3만원짜리를 사러 왔다가 품질도 보장 안되는 비싼 제품을 사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로 옆에 걸린 10만∼35만원짜리 옷이 좋아 보이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1∼2년씩 창고에 보관돼 품질이 떨어지는 옷을 원가와 별 차이 없이 사게 된다"고 '미끼 전략'의 이면을 꼬집었다. 또 다른 백화점 행사장에서 만난 김모(36·경기 안산)씨는 "막상 와보니 3만원짜리는 치수 맞는 것도 없고 살 만한 게 없다"며 "멀리서 왔는데 안 살 수도 없어 다른 것을 골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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