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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외교노선은 "反부시, 非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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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외교노선은 "反부시, 非딘"

입력
200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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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확고한 무력을 바탕으로 국익에 의거, 자유와 번영을 향해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이 같이 대담하고도 진보적인 국제주의(internationalism)는 눈앞의 이익과 위협이 아닌 민주주의 부정, 대량살상무기 등과 같은 고질적인 위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존 케리 미 상원의원의 선거용 홈페이지(www.johnkerry.com)는 케리 외교정책의 고갱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케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쥘 기세를 보이자 이제 세계는 국제주의의 부활을 기치로 내건 그의 외교노선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케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진보주의자 하워드 딘 후보 사이에서 제3의 외교 노선을 걷고 있다"며 그의 외교관(觀)을 분석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케리의 외교정책은 부시의 일방주의와 선제공격 독트린에 대한 반작용에서 시작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입장을 총정리한 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오만하고 무분별한 일방주의, 선제공격 전략으로 미국은 위태로워졌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전의 영웅인 그는 "베트남전에서 보듯 전장에서의 군사적 승리는 분쟁의 종결이 아닌 시작을 의미할 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라크 전쟁 과정에서 불거졌던 미국―유럽 동맹 균열, 유엔 배제에 따른 미국의 고립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동맹국과 유엔 등 다자기구의 의견을 중시하는 국제주의를 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후 100일간 미국이 국제사회에 동참한다는 메시지를 각국에 보내겠다는 공약을 밝혀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케리가 무력 사용을 배제하고 명분에 집착하는 이상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이라크 전쟁 상원 표결에서 찬성 입장을 밝힌 데서 알 수 있듯 케리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무력 사용에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그는 유세 내내 "후세인이라는 위협 제거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가디언은 케리의 외교정책이 부시와 명분을 강조하는 하워드 딘 후보 사이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그는 일부 현안에 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핵문제와 관련, 그는 미국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탈퇴에 반대하면서 부시와 정면충돌하고 있다. 특히 그는 "부시의 대북 직접 대화 거부는 분별없는 처사"라며 대화를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4선인 케리 의원은 오랜 기간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현재에도 이 위원회의 동·아태 소위 간사를 맡고 있어 미 언론들로부터 외교정책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할 경우 샌디 버거 전 국가안보보좌관등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안보 브레인들이 중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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