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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이미지

입력
200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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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미국의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가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큰 요인 중 하나는 TV토론으로 꼽힌다. 최초의 이 공개토론으로 케네디는 결정적 승기를 잡았고, 이는 미디어 정치의 시작으로 평가됐다. 감성과 즉흥성에 호소하지만 강력한 메시지와 이미지 전달의 효과적 수단으로 이후 TV는 대중정치에 새 흐름을 유입했다. 라디오와 신문에는 없는 시각적 요소로 극대화한 이미지에 유권자들은 이리로 저리로 움직여 다녔다.■ 인터넷 시대 미디어 정치의 내용은 훨씬 더 이미지에 달려있다. 미디어 정치의 '진화'인 셈이다. 기호와 상징, 속도와 순간, 폭발적 결집 등을 속성으로 하는 인터넷의 메커니즘은 이미지로 이루어진다. 이미지가 곧 힘인 듯한 세상,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일찍이 20여년 전 설파한 이미지의 사회 지배이다. 보드리야르는 1981년 저서 '시뮬라시옹'에서 현대를 모사((模寫)의 시대로 규정했다. 실재의 반영인 이미지, 그러나 그 실재와 이미지는 얼마나 부합할까, 또는 엉뚱할까. 모사된 이미지가 재현돼 다시 복제된 이미지를 만들어 가면 이미지와 실재는 무관하고 구분할 수가 없게 된다. 실재와는 동떨어진 이미지 자신만이 넘쳐나는 세상, 현실이 아닌 이미지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하이퍼 리얼리티'의 세계를 그는 말한다.

■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미디어 시대, 인터넷의 모습이 바로 이렇고 보니 보드리야르의 진단은 오늘에 이르러 더 정확히 들어맞는다. 1970년에 나온 그의 초기 대표작 '소비의 사회' 역시 2000년대 소비사회의 작동을 콕 집어낸다. 산업사회와 달리 현대의 소비자는 생산물의 사용가치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와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기호가치를 산다. 사회적으로 이미지화한 기호가 광고되고 소비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날마다 넘치는 현란한 CF들은 결국 수 십초 안에 기호와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안간힘들인 셈이다.

■ 대중을 잡아야 하는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의 기승은 지금 정치에서도 한창이다. 탓하기는 어렵겠지만 냉정히 볼 줄 아는 비판적 안목이 없이는 속아넘어가기가 십상이다. 이미지는 쉽지만, 따져야 할 것은 콘텐츠여야 한다. 가령 인기 방송인들에 대한 영입경쟁도 이미지 정치가 내뿜는 허상의 한 단면이다. 인기와 지명도 만으로 대중에게 쉽고, 상대적으로 설명이 필요 없는 속성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다가 온다고 해서 대중 자신이 쉽게 무력화해 있어서는 안 된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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