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44)씨가 경기 이천시에 대형 병원을 개원하려 했던 사실이 5일 경찰 수사로 밝혀지면서 민씨의 '653억원 펀드'의 실체가 벗겨질지 주목되고 있다.그러나 민씨가 병원 개원을 위해 펀드 자금을 모았는지, 또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 규명되지 않은데다 민씨는 아예 653억원 모금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 펀드의 실체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 사기극인가
경찰은 민씨의 펀드 모집 사건이 대형 병원 설립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사기극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듯한 모습이다. 민씨는 당초 이천 병원 개원에 약 45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자금 모금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찰 조사를 받은 참고인들도 일관된 진술을 했다. 김모(52)씨는 "박모(46) 사장을 통해 민씨의 이천 병원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말했고, 민씨로부터 공사대금 2억원을 받지 못했다는 D건설 이모(57) 사장은 "지난해 2월 민씨가 이천 병원에 대한 투자 의사를 물은 뒤 '병원이 건립되면 돈을 갚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씨는 그러나 자금 모집이 여의치 않자 병원 부대시설 운영권을 내세워 사기극을 했을 가능성에 경찰은 주목하고 있다.
민씨가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들이 몰려든다"고 말한 것도 기왕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한 것이란 분석이다. 민씨가 모금 사실을 아예 부인하는 등 말 바꾸기를 계속하는 것도 '사기극'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씨가 정말 653억원을 모집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653억원을 찾아라
경찰은 그러나 민씨가 펀드 자금 유치를 숨겨 사법처리를 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보고 653억원의 행방을 찾고 있다.
경찰은 "민씨의 수십개 관련 계좌를 추적, 653억원 펀드의 실존 여부, 투자자 신원 등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밝혔다. 민씨 사건이 단순 사기극으로 종결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축소·은폐 수사라는 비난이 경찰로서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민씨의 금융감독원 조사 당시 진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신해용 금감원 자산운용국장은 4일 경찰 조사에서 "민씨는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 가량 지인을 통해 개인투자자 47명으로부터 653억원을 5억∼10억원 단위로 모금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씨가 관련 자료 등을 치운 흔적이 있는 점, 지난해 1,2월 수도권 지역에 수천억원대의 부동산 투자를 검토했다는 첩보 등으로 미뤄 '653억원 펀드'가 실제 존재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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