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타인을 편가르고 자신에 집착하면 갈등이 일어납니다. 불교는 부처와 중생이 하나이듯 나와 너도 하나라고 가르칩니다."'15개월 15시간 가행정진 결사'를 이끈 고우 스님(사진)은 "대립과 갈등을 푸는 원리가 불교"라고 강조했다.
서암, 서옹, 월하, 청화 등 큰 스님들이 지난해 잇따라 열반에 든 뒤 고우 스님은 화두를 붙들고 매진하는 한국 불교의 수행법 간화선(看話禪)의 대표 스님으로 떠오르고 있다. 1961년 스물 다섯 나이에 폐병 요양차 청암사 수도암에 들렀다가 출가한 스님은 각화사 태백선원 선원장으로 10여년 간 스님들의 수행을 이끌고 있다.
고우 스님은 그러나 "15개월 15시간 수행했어도 완전히 깨우치지 못했기 때문에 선방 생활이 알려지는 게 부끄럽다"는 수행 스님들의 뜻에 따라 가행정진에 대한 말씀을 극도로 아꼈다. 대신 사회 갈등이 걱정스러운 듯 불교의 기본 원리를 일러주었다.
"무아(無我) 즉 내가 없다는 게 불교입니다.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기심이 생기고 욕망이 커집니다. 갈등과 투쟁도 그래서 생깁니다."
스님은 나와 상대를 구분하면서 패거리가 생겼다고 지적한 뒤 "예전에는 상대와 갈등하면서도 그것을 풀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사라져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고 한국 사회를 걱정했다.
실업자 문제 역시 생각만 바꾸면 해결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똥을 누더라도 너를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하면, 왕보다 위대하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비록 미천한 일이라도 충실하게만 한다면 그는 누구보다도 귀한 사람"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한국 불교에 대한 스님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스님이 한국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선의 본질을 가장 잘 계승하는 불교가 한국 불교라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남방불교 수행법인 위파사나가 무엇인가를 계속 '닦아야 한다'고 보는 것과 달리, 한국 불교는 무돈무수(無頓無修) 즉 사람에게 이미 부처의 이상이 구현돼 있다고 보는 점이 다르다고 스님은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무엇인가를 닦아야 한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선방의 참선은 이런 착각을 깨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출가 10여 년이 지났던 30대 중반에는 10여 차례나 산문을 뛰쳐나갔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는 고우 스님은 그래서 과격하다, 비판적이다, 공격적이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하며 정(正)과 사(邪)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불교에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스님은 말을 맺었다.
/봉화=박광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