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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직장여성 겨냥 "애프터5" 사업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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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직장여성 겨냥 "애프터5" 사업 성황

입력
200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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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사무직 여성을 오피스 레이디(OL)라고 하는데 요즘 이 OL의 '애프터 5'를 겨냥한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애프터 5란 대부분의 회사가 끝나는 오후 5시 이후에서 따온 말이다. 애프터 5라고 해도 상당수 회사가 잔업을 하므로 실제로는 애프터 8, 애프터 9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내가 아는 직장여성의 퇴근 후를 예로 들어보면 첫째는 스포츠 클럽이고 둘째는 영화 보기다.

여성용 골프클럽이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영화는 아예 수요일을 '레이디스 데이'로 정해 보통 1,500∼1,800엔인 영화를 1,000엔(약 1만원)에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학원. 한 조사에 의하면 OL의 90%가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학원에 다닌다. 단연 꽃꽂이와 요리가 인기다. 전직에 대비해 영어, 부기, 네일 아트를 공부하는 실속파도 있다.

이밖에는 가벼운 술을 곁들인 외식이다. 직장 동료와 함께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분전환을 위해 학생 때 친구들과 함께 한다. 그래서 도쿄의 고급 레스토랑, 커피숍, 케이크집 어디를 가도 여성 천국이다.

애프터 5가 가능한 첫번째 이유는 도쿄 OL의 7할이 집에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집세가 따로 들지 않아 월급을 거의 전액 자기 자신을 위해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달 월급이 평균 20만엔은 족히 넘는 도쿄의 OL들이 부럽다고 얘기했더니 OL인 일본 친구는 애프터 5는 회사 일에 만족감이 적은 탓도 있다고 귀띔한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나 회사에는 여전히 남존여비 의식이 남아 있어 간단한 일밖에 맡기지 않기도 하고 같은 일을 해도 남성이 더 대우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이나 사람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애프터 5의 즐거움이 있으면 회사 일에 대한 동기 유발도 되니 일석이조라고도 한다. 회사 일은 하기 싫어도 퇴근 후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일에 더 적극적이 될 수 있다고. 일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선을 긋고 궁극적으로는 애프터 5 생활을 하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또한 일본 회사들은 한국과 비슷하게 여전히 여성이 결혼하면 그만 두도록 하는 암묵적 장치가 남아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7할 이상의 일본 미혼 남성들은 결혼 상대자가 전업 주부이기를 바란다고 한다.

급기야 몇 년 전부터 추진된 일본의 연금 개혁안에는 직업을 가진 주부가 전업 주부보다 노후에 연금을 적게 받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일본의 OL들은 무의식적이건 의식적이건 이러한 상황을 간파하고 현실적인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 상 미 일본/도쿄대 박사과정·'한국N세대백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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