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우(32) 2집에 담긴 노래 '이별 택시'. 비가 내리는 날 연인이 이별하고 있다. 서글픈 이별의 공간을 서둘러 떠나 택시에 오르니 '자동차 와이퍼는 이별하지 말라는 듯, 청승 좀 떨지 말라는 듯 뽀드득 뽀드득 신경질'을 낸다. 술은 달아 오르고 자꾸 눈물이 난다. 기사 아저씨는 우는 손님이 귀찮을 것 같다. '달리면 사람을 잊나요 빗속을….' 그는 묻는다.연인들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낸다. KS마크가 찍힌 성공한 사랑만 했다는 사람은 제외하자. 김연우의 2집 '연인'은 누구나 하나쯤 숨기고 있는 사랑의 아픈 추억을 되짚게 한다.
스스로 말하듯 김연우는 이름보다는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다. 오랫동안 유희열의 프로젝트 그룹인 토이의 객원 보컬로 활동하며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여전히 아름다운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등 "주로 청승 맞은 노래"를 불렀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삽입됐던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도 김연우다.
사랑 노래, 그것도 특히 슬픈 사랑 노래와 그의 음색은 궁합이 잘 맞는다. 그를 좋아하고 새 음반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 대부분이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해봤을 20대 중후반의 여성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유희열씨과 작업하면서 의견 충돌도 있었어요. 기교가 섞인 화려한 곡을 부르고픈 욕심도 있었는데, 들어 보시면 알겠지만 어느 한 곡 튀는 곡이 없어요."
그래서 음반 작업은 참 오래 걸렸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작년 가을께 나왔어야 했다. 프로듀스를 맡은 유희열과 함께 음반 전체의 이미지를 고민하느라 녹음은 자꾸 미뤄졌다. "한 곡 한 곡은 밋밋하게 들릴 수 있지만 첫 곡부터 마지막까지 이어 들으면 한 편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해요. 저도 유희열씨도 이제 30대에 들어섰잖아요. 애틋한 사랑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노래 속에는 여러 색깔의 사랑을 담았다. 옛 연인과 다시 만나는 날의 떨림을 느끼는 양복 차림의 아저씨 ('재회'), 친구들에게 여자 친구를 언제 보여주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남자 ('연인')도 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짧아지는 대답과 뜸해진 전화로 감지하는 이별('사랑한다면'), 그리고 '잘 해 주지 말 걸 그랬어'라는 뒤늦은 후회. 하지만 결론은 이렇다. 때론 힘겹게 했지만 내 마음을 가난하지 않게 해 준 '이미 넌 고마운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그는 대학(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시절 3개월 만에 음역을 6도나 올릴 정도로 노래 연습에 몰두했고 god의 윤계상 등 수 많은 후배에게 노래 지도를 할 정도로 빼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다. "요즘은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노래하듯 편안하게 해요. 그러면 자연스레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요." 편안하고 따뜻한 그의 노래는 이미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사진=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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