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안상영 부산시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법조계와 안 시장 주변에서는 안 시장이 검찰의 수사 확대와 추가로 드러난 수뢰 사실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건 전날인 3일 안 시장을 면회한 한 인사는 "평소 지친 표정과는 달리 평안해 보였다"고 안 시장의 '마지막 모습'을 전해, 그때 이미 안 시장이 자살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무엇보다 안 시장은 진흥기업 뇌물사건에 이어, 동성여객 사건이 불거지면서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시장은 2000년 4월 부산고속버스터미날 운영사인 진흥기업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지검에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됐다. 안 시장은 앞서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제기됐던 '여직원 성추행 의혹'과 센텀파크 부지 특혜 매각의혹으로 잇따라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비켜나갔으며, 진흥기업 사건의 경우도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서울중앙지검에서 포착한 동성여객 사건은 경우가 달랐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안 시장이 수수한 뇌물 액수가 불어나 현재 최소 3억원이 안 시장측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부산지검으로 넘겨진 사건 수사가 다른 기업 등으로 확대될 기미까지 보여 안 시장으로서는 막다른 길에 봉착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안 시장은 명백한 뇌물 혐의를 받고 있었다. 진흥기업 건과 관련, 힘겹게 무죄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별건 뇌물 혐의는 안 시장에게 커다란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건설행정 분야에서 모진 풍파를 이기고 성장해 민선시장까지 재선한 안 시장이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자살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안 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1평 짜리 독방에 수감돼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아왔으며, 이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호소해왔다.
이에 대해 최근 안 시장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측은 "안 시장은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뒤 조사 한 번 안받고 부산구치소로 재이감 됐다"며 강압수사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안 시장이 현 정권의 '올인 정책'에 협조하지 않다 강압 수사에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안 시장에 대한 강압·표적수사 논란은 한동안 정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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