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이∼아우호."연극 배우 나자명(38)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의 전통 민요라며 대뜸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검은 피부의 아이는 강하다'는 뜻의 그 노래말은 나자명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작은 키,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외모. 배우로서 별로 유리할 게 없는 조건을 지닌 그지만 연극계에서 '지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기자로써 극단대표로써 나라 안팎에서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극단 레드볼을 창단해 호주 원주민들의 비극을 다룬 모노드라마 '슬픔의일곱 무대'를 공연했다. 그런 그가 5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25일부터 일본 동경에서 열리는 2004 캐나다 현대연극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캐나다 현대연극제는 현대 연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 극단과 일본 현지의 극단이 함께 참여하는 연극제다. 연극제 기간 중 나자명씨는 극단 라쿠텐단(樂天團)이 선보일 '레즈 씨스터즈' 공연에 참가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공연할작품인 '레즈 씨스터즈'는 보호구역을 지켜내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견뎌내는 여섯 명의 인디언 여성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과 억압 속에서 절규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해보고 싶었죠."
그가 일본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2년에 동경국제예술제에 참가했고 98년에는 6개월 동안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문부성에서 지원하는 해외예술가 초청연수를 받기도 했었다. 이래 저래 그는 일본과 인연이 많다. "일본 연극의 매력이요? 다른 분야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일본 연극계는 양심 세력들이 주도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한국 연극계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들이 많이 연극으로 공연되고 있죠."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연극 배우인 그가 유달리 일본에서 주목 받는 이유가 뭘까?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매력요? 키도 작고 얼굴도 예쁜 편은 아니지만 한국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렬함과 풍부한 감정 표현에 끌리는 것 같아요."
나자명은 일본 공연을 끝낸 후 귀국해 곧바로 '레즈씨스터즈'의 한국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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