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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폐쇄성 깨뜨려볼까/ 마로니에 미술관 "이야기하는 벽"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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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폐쇄성 깨뜨려볼까/ 마로니에 미술관 "이야기하는 벽"展

입력
2004.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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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안팎의 벽은 외부세계로부터 예술을 보호하는 단절의 벽인가.외벽은 탁하고 소란스러운 세상사로부터 미술을 보호하는 장벽으로, 하얀색 내벽은 관객의 침묵을 유도하며 미술의 순수성을 지키는 장치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이 10일 개막하는 '이야기하는 벽'은 벽으로 상징되는 미술관의 이런 폐쇄성을 깨트려보겠다는 전시다. 문자도 없던 시절 원시인들이 자신의 소망을 동굴 벽에 그려 표현했고, 20세기 중반에는 도시벽화가 평화롭고 자유로운 저항운동이 됐던 것처럼, 벽을 단절의 장이 아닌 소통의 장으로 되돌리려는 기획이다.

지난해 이 미술관이 기획한 '공원 쉼표 사람들' 전이 미술관 외벽을 바꾸려 했다면, '이야기하는 벽'은 시선을 미술관 내부의 벽으로 돌린다. 12명의 참여 작가들은 전통적 매체인 유화에서부터 비디오, 디지털 사진, 사운드, 설치에 이르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침묵하는 하얀색의 폐쇄적인 벽'을 '발화하는 형형색색의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강선미와 박은선은 라인테이프 작업을 통해 하얀 벽 위에 우리 의식 저편에 있는듯한 환영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색색깔의 고무줄로 벽에 드로잉을 하는 임지혁의 작품은 고무줄이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그 자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업이다.

도시벽화의 장난스런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안두진의 작품 '이상한 경계'는 마치 담쟁이덩굴이 벽에 뿌리를 박고 뻗어나가는듯한, 벽 안쪽에서 튀어나온 이미지의 모티프가 벽 위로 계속해서 퍼져나가는 듯한 작업이다. 허욱은 여러 개의 원통형 상자를 벽에 부착한 작품 '이공간에의 초대'로 벽에 의해서 형성되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클래식과 현대실험음악을 전공한 먹그림 작가 여계숙의 '소리그림'도 관심을 끈다. 벽면 가득 마치 고대 상형문자처럼 그려진 수수께끼 같은 기호는 작가에게 악보이기도 하다.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이 악보를 따라 음악이 연주되면 미술관의 벽은 단지 작품이 걸리는 벽이 아니라 말하는 벽, 노래하는 벽이 된다.

큐레이터 김형미씨는 "미술관의 벽이 마치 순백의 신성한 성전의 벽처럼 인식되어온 것은 외부세계와의 소통을 배제시키고 미술의 순수성을 무기로 내세운 한때의 강력한 지배이론이 만들어낸 허상일뿐"이라며 "이번 전시는 미술과 미술관이 쌓아올린 두터운 장벽을 허물어 대중과 만나고 그들이 주체가 되는 참여의 공간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로니에미술관은 이런 의도에 따라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체험·참여프로그램 '미술관 벽화'와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모자이크벽화'도 마련했다. 3월 11일까지. 문의 (02)760―4726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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