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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대보름 달맞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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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대보름 달맞이의 추억

입력
2004.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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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둥근 해가 바다에서 떠오르듯 보름날 저녁 쟁반처럼 둥근 달도 바다에서 떠오른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날 저녁, 마을마다 아이들이 바다가 보이는 뒷동산에 올라가 달맞이 횃불을 돌린다.빈 깡통을 주워와 대못으로 구멍을 숭숭 뚫고 철사줄로 단단히 연결해 그 안에 잘게 쪼개넣은 불쏘시개에 불을 붙여 돌리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망월이 돌리기'라고 불렀다.

마을마다 횃불의 크기와 함성에 대한 경쟁도 대단해 부락의 크고 작은 산들은 그날 하루 오직 달만을 경배하는 어린 망월군 병사들의 성채처럼 봉화가 올려진다. 멀리서 바라보면 서로 원을 돌리며 빙빙 돌아가는 망월 깡통의 군무가 어지러운 듯하면서도 질서정연하다. 적게는 대여섯 개, 많게는 수십 개의 횃불이 어둠 속에 오륜기 안의 무늬처럼 겹쳐서 돌아가는 장관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하는 마을이 없다.

마을마다 달맞이하러 뒷동산에 오를 아이들이 없는 것이다. 늙으신 부모님들 마당가로 나와 달을 보고 기도한다. 객지에 나가 사는 아들딸들이 오늘이 보름이라는 걸 알기나 하는지, 오곡밥이나 해먹었는지, 객지에서 아프지 말고 제대로 밥 먹고 살게 해달라고 달님에게 빌고 또 비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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