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의 서울 나들이' 전이 9일까지 갤러리 상에서 열리고 있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4명의 참여작가는 모두 지방에서 활동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지방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중앙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한 문화여건,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지방에 대한 편견 등등. 개인적인 역량과 노력으로 그 벽을 뚫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전시를 기획한 평론가 신항섭은 이들의 작품이 그래서 오히려 빛을 발한다고 말한다. "가벼움과는 다른, 진부함과도 다른, 말초적인 감각과도 다른,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산물과도 다른, 진지한 탐구 및 예술가적인 열정에 의해 옹호되는 예술혼이 감지된다. 이들의 작품은 새삼 그림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순수미라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타고난 감수성과 부단한 노력, 무엇보다 작가에게는 '윤리'라고 할 수 있는 기술적 연마를 통해 이들이 작가로서의 신뢰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인 4명의 작가 권기자 엄윤숙 이임호 이정웅은 각각 추상, 정물, 인물, 사실화의 영역에서 절정의 기량으로 이 같은 신뢰감을 준다.
권기자는 우주 사진을 연상케 하는 비구상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주의 현상을 육안으로 보는듯한 착각을 주는 그림은 가공된 추상임에도 사진보다 강렬한 극사실성을 발산한다. 엄윤숙은 대담한 여백과 감칠 맛나는 선의 변주, 자유로운 색채 구사로 새로운 정물을 구현한다.
이임호는 인물의 내면을 읽어내는 감수성으로 한국인상에 대한 하나의 전형을 제시하려 한다. 단순한 재현이 아닌 활달하고 능숙한 형태 묘사가 독자적 인물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정웅은 '사실주의는 끝났다'는 말에 맞서 사실주의 회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가다. 붓, 연적, 그릇, 과일 등을 소재로 한 그의 극사실화는 동양적인 정관의 세계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주는 인상은 지극히 현대적인 무엇이다. 실제와 그림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드는 묘사력에 바탕한 현대적 문인화인 그의 그림은, 감상자가 바라보는 시각적 아름다움 이면에 깊은 관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일러주려는 듯하다. (02)730―003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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