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로 위독한 상태에 빠진 아버지에게 두 딸이 간을 동시에 기증, 아버지의 생명을 살렸다.김희옥(27) 희정(24)씨 자매가 아버지 김광익(46·농업)씨가 간경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것은 지난해 초. 아버지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먼저 아들 승훈(18)군이 간 기증 의사를 밝혔으나 혈액형이 맞지 않아 이식할 수 없었다. 다급해진 희옥씨는 동생 희정씨보다 자신이 당연히 간 이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검사를 받았지만 지방간으로 판정돼 간 기증이 어렵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희정씨가 검사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아버지에게 간을 떼 줄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희정씨는 평소 앓던 빈혈이 악화하면서 1개월을 기다린 끝에 간 이식수술을 시도하기로 했지만 의사는 "간 크기가 작아 혼자서는 안된다"고 만류했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그동안 희옥씨의 지방간 증세가 호전돼 자매는 지난달 2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일부를 동시에 이식하는 2대 1 간이식수술로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 냈다.
희정씨는 "평소에는 말 한마디 없는 아버지가 수술이 끝난 뒤 '희정아 고맙다'라며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고 우리 자매도 부둥켜 안은 채 엉엉 울었다"고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언니 희옥씨는 "수술실에는 모두 웃고 들어갔어요. 언니인 제가 모두 맡았어야 하는데 동생한테 너무 미안해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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