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앵커 등 언론인들의 총선 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언론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정치권 직행을 막기 위해 퇴직후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이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17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현업 언론인은 20여명으로 특히 방송인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앵커 출신인 박성범 이윤성(KBS), 정동영(MBC), 맹형규(SBS)씨 등의 전례에서 보듯이 대중적 인지도를 무기로 '방송인=당선'의 등식이 성립돼왔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에서의 공정경쟁은 물론,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앵커 등 방송인의 정치권 직행은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적 독립과 비판 기능이 '방송의 생명'이며 방송을 통해 쌓은 명예를 사익에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나, 방송계에서나 '철칙'으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방송 프리미엄' 활용이 각 당의 총선승리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법적인 규제도 선거일 90일 전에만 방송을 그만 두기만 하면 되도록 돼있다. 방송사 자체 규정도 KBS 윤리강령에서 'TV와 라디오 시시 프로그램의 진행자,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 담장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뒤 6개월 내에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놓은 것이 유일하다. MBC의 경우 최근 방송인 정계 진출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이제서야 노사협의기구인 공정방송협의회의 건의를 받아 '총선 150일 이전 보직사퇴 또는 출연 금지'를 명문화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윤리강령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 지난달 27일 민언련 주최로 열린 '언론인의 정계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남표 민언련 정책위원은 "언론인은 공직자와 달리 유권자들에게 TV와 신문을 통해 늘 다가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60일보다 길게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면서 "학자에 따라 기간은 9개월에서 최고 5년까지 견해가 다양하지만 최소한 1년 이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영국에서 BBC 기자가 비리정치인을 퇴출시키기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적은 있지만, 방송인이 공당에 빌붙어 권력을 취하는 행위는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더구나 '정치인 얼짱'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이미지 정치'가 횡행하고 있는 요즘 방송·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은 강력히 규제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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