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나? 시간에 쫓기나?" 10회를 남겨둔 MBC '대장금'(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이 종반에 이르며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짜임도 느슨해졌다. 50%를 웃돌던 시청률도 48%대(2일 48.2%, 3일 48.9%)로 내려 앉았다.지난달 13일 방송에서 54%를 기록하면서 '허준'(MBC)이 수립한 최고 시청률(63.5%)을 깰 것이라 기대했지만 상승행진을 멈춘 상태다.
가장 큰 원인은 종영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데 있다. 전체 진행상 발단, 전개 부분에 해당하는 수라간 이야기가 10회 가량 늘어났지만 이영애의 연장 출연 불가 방침으로 50회에서 극을 마무리해야 할 상황이다. 때문에 전체 구성상 핵심인 위기, 절정 부분에서 짜임새를 갖추기 보다는 스피디한 전개를 위해 극명한 선악구도, 여성간의 질투와 갈등 등 기존 드라마를 답습하는 설정이 거듭되고 있다. 장금이 지닌 인간적인 매력도 자연 빛을 바라고 있다.
의녀 장금이 궁에 들어온 이후 이분법적 선악대결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선배 의녀인 열이(이세은)는 장금을 제거하기 위해 지시사항을 전하지 않아 장금을 곤경에 빠뜨리고, 선배들과 장금 사이를 이간질 하고 심지어 전염병이 돌고 있는 마을에 홀로 남겨 둔다. 하지만 열이가 악녀가 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끊임 없이 장금을 궁지에 몰아 넣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기능에 머물고 있다.
장금을 괴롭히는 인물을 악인을 넘어서 '바보'로 매도해 장금의 천재성을 부각시키는 구도 역시 드라마의 신선함을 떨어뜨리고 있다. 3일 방송에는 최상궁을 '썩거나 병든 채소를 먹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상식적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상한 채소를 먹고 쓰러지는 무모하고 멍청한 인물로 몰아갔다. 드라마 초반, 최상궁이나 금영을 비록 악녀이나 인간적인 고뇌가 살아 있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렸던 것과 달라진 셈이다.
이같은 '여―여갈등'이 심화하면서 대장금 속 여자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나쁜 짓을 서슴지 않거나, 시기심에 후배를 해하거나, 승은을 입어 성공하는 등 대부분 비정상이다. 제작진은 최상궁 가문과의 대결구도를 정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장치라고 말한다. 조연출을 맡고 있는 김근홍 PD는 "사실 장금이가 임금의 주치의가 되기 위해 남성 의관들과 벌이는 '남―녀 대결'이 대장금의 주된 갈등 요인이다. 그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최상궁 일가와의 대결을 빨리 해결해야 하는 데 남은 시간이 넉넉지 않아 다소 극단적인 설정을 삽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장덕(김여진), 신비(한지민), 신익필(박은수), 조치복(지상렬) 등 의녀 장금 이후 등장한 인물들이 드라마 속에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해 산만한 것도 사실. 수라간 시절 등장 인물의 성격이 너무 강렬한 터라 최근까지도 연생(박은혜), 민상궁(김소희) 등 수라간 인물을 자주 등장시키고 있다.
시청자들은 '대장금'이 애초의 기획의도대로 '정직하게 노력해 성공하는 여성' 이야기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미디어 비평 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의 윤혜란 사무국장은 "왕에게 잘 보여 승은을 입는 것이 여성 최고의 성공인 듯 하던 기존 사극과 달리 신분과 성의 제약을 뛰어 넘어 실력으로 성공하는 장금의 이야기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바람에 대해 제작진은 "제작진의 누적피로도 짜임새를 잃게 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전개한 이야기를 잘 마무리하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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