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월트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뮬란'을본 적이 있다. 세계 각국의 배급사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에서였다. 난생 처음 월드 프리미어를 경험하면서 여러 피부색의 영화관계자를 한 자리에 불러모은 월트 디즈니의 위력이 부러웠다.그로부터 5년여 지난 3일, 또 한번 기자는 월드 프리미어를 취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지 않았다. 신문사에서 지하철을 타고 30분만에 갔다.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휘날리며'가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2관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열었다. 뉴스위크, 후지TV, 콜럼비아픽쳐스, 미라맥스 등 외국 유명 언론사와 배급사 관계자들이 480석 상영관을 가득 메운 모습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월드 프리미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자비를 들여 한국까지 오게 하려면 영화가 세계 어느나라에서 상영해도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만큼의 상업성과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이 있어야 한다. '태극기휘날리며'는 그만큼 화제성과 상업적 가치에서 자신 있었다는 얘기이고, 시사회 결과 그것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반응을 얻었다.
'실미도'가 목표로 잡고있는 한국영화 한편의 국내관객 1,000만명, 미국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자국영화 시장점유율 50%가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듯, '태극기 휘날리며'가 "세계 곳곳에 태극기를휘날리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강제규 감독의 바람도 허황된 꿈은 아닌 듯 보였다.
김관명 문화부 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