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의 계관시인 토마스 그레이는 애완 고양이가 큰 도자기 어항에 올라가 황금빛을 발하며 헤엄치는 금붕어에 매혹되어 정신을 잃고 실족해서 익사한 것을 애도하는 시를 쓰면서 "번쩍이는 모든 것이 금이 아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 시를 두고 당시의 유명한 평론가 사뮤엘 존슨은 번쩍이는 것이 금일 수도 있다고 비평했다. 존슨의 논리에 따르면, 만일 금붕어 어항이 그곳에 없었으면 고양이가 익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이다.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번쩍이는 금" 같은 인물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정치인을 대체할 참신한 인물을 찾는 데 있어 각 정당이 보이는 전략은 무분별할 정도로 근시안적이어서 낡은 정치를 벗어나기는커녕 퇴행적이기까지 하다.
각 당이 영입을 추진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충분한 사전 준비를 거쳐 어느 유권자가 보더라도 역량을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인물을 내세워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강박감에 사로 잡혀 있는 듯하다. 대중가수 서태지가 한때 여당의 공천 대상에 올랐을 정도로 각 당의 영입 1순위 인사들이 방송과 같은 대중적 매체로 국민들에게 친숙해진 인물들은 아니었던가. 왜 '몸짱'(몸매가 멋있는 사람), '얼짱'과 같은 풍자적인 비속어가 생겨났는가를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책임이 있는 정당이 이성적인 길을 걷지 못하고 무조건 표만을 얻기 위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과 리더십보다는 바람 같은 인기만으로 후보를 선정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스타 출신으로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이 위대한 정치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미 여러 조직에서 탁월한 비전과 정치적인 자질로 능력을 검증받으면서 지도자로 성장한 검증된 인물이었다. 그러나 충분한 검증을 받지 못하고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만 급급했던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은 가뜩이나 어려운 필리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 넣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채 실각해 슬픈 피에로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일부 정치권 인물들이 국민에게 보여준 절망적인 혼란과 이전투구는 무엇이었던가. 부디 이번 총선에서만은 금이 아니면서 번쩍이는 무능한 인물을 국민 앞에 세우지 말기를 바란다.
이 태 동 서강대 영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