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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짚불구이 집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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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짚불구이 집을 바라보며

입력
200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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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바깥에 새로 '짚불구이' 집이 생겼다. 나는 아직 그 집에 가보지 않았다. 그 집뿐 아니라 어떤 짚불구이 집에도 가본 적이 없다. 짚불로 무얼 구워 파는지 알 길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다.다만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들기는 한다. 저 집 주인은 그 짚으로 새끼나 제대로 꼴 줄 아는지. 그리고 내 손은 아직도 어릴 때 배운 대로 새끼를 꼴 수 있는지.

짚불구이 간판을 보면서 왜 갑자기 집 생각이 나듯 짚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나락을 털어낸 짚 한 단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짚들이 다 어디에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더러는 저렇게 짚불구이로 쓰이고, 가축 사료로 쓰이고, 그러면 나머지 짚들은 또 어디에 쌓여있나.

우리 어린 시절엔 그걸로 지붕도 올렸다. 새끼는 물론이고 멍석이며 맷방석도 짚으로 짜고, 소 여물도 짚으로 쑤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마당가에 따로 짚가리가 있었다. 눈비 속에 겨울 지나고, 봄이 지나고, 다시 장마 속에 여름이 가고 새 짚이 나올 가을까지 그 짚을 썩지 않게 잘 관리했다. 왜냐면 집집마다 그 짚만큼 유용하게 쓰이던 물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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