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님께.서양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가지 이데올로기가 일본의 억압에서 막 벗어난 우리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은 지 벌써 60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들은 그 전까지 친하게 알고 지내던 이웃끼리 서로 빨갱이다 미제의 앞잡이다 보도연맹 가입자다 하며 몰아 붙여 다치게 하고, 죽이는 바람에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한 부모에게서 난 형제끼리도 단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총으로 쏘아 죽이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이산의 한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이 땅의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로서 매일같이 사랑을 말해 온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기경님이 말씀하신 대로 굶어 죽고 있는 북한의 형제자매를 위해서 추기경께서는 과연 무엇을 하셨는지, 또 하고 계신지 묻고 싶습니다.
북한의 동포가 어린 아이들까지 굶주림으로 다 죽어가고 있는데도 단지 공산주의자들이기 때문에 도와 주어서는 안되고 사랑해서도 안되고 친북(?)해서는 더더욱 안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국민들에게 강변하는 것은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북한을 도와주려는 노력을 친북(?)하는 것이라고만 매도하지 마십시오. 국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김정일 정권은 결코, 아니 감히 남한이나 미국을 이길 수 없습니다. '햇님과 바람'이라는 아이들 동화도 읽어보지 못하셨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대로(그래서 노벨상까지 탔습니다만) 거센 북풍보다 따뜻한 햇볕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는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와야 할 때라는 말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추기경은 종교 지도자입니다. 자본주의 정치 논리에 입각한 생각과 말씀은 부디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한번 말보다 직접 실천으로 보여 주십시오. 예수님도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이북 사람들은 원수가 아니라, 우리의 형제, 친척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태수·서울 강서구 화곡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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