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하디중학교 8학년에 다니는 한인 2세 이모(14)군은 올 가을 신학기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초등학교 때부터 '희망 사항'이었던 사립학교 진학 꿈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부모가 일용직 노동자인 이군은 미 상원이 최근 워싱턴 DC 저소득층 자녀의 사립학교 진학 비용을 대는 '바우처(Voucher)' 프로그램 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수혜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군은 워싱턴 DC 일원 다른 저소득층 자녀 1,700여명과 함께 연방정부로부터 수업료와 교통비를 포함, 매년 7,500달러 가량의 지원을 받고 사립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조만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인할 워싱턴 DC 학교 바우처 프로그램 예산은 총 1,400만 달러 규모. 시행 기간은 2009년까지이며, 연 소득 3만6,000달러 이하의 저소득층 자녀가 대상이다.
미국 교육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한 바우처의 출발은 비교적 명쾌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공립학교의 '교육 독과점' 현상을 막고 학교 선택의 폭을 사립학교까지 넓혀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오래 전부터 '교육 기능 저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시 빈민 학교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바우처 프로그램이 첫 선을 보인 것은 1995년. 위스콘신주 밀워키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등이 도입했다. 이들 주는 사립학교 진학을 원하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공교육비에 해당하는 돈을 보조하고 있다. 클리블랜드의 경우 연간 2,500달러 가량을 사립학교 학비로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를 지지하는 쪽은 "도시 저소득층 학생들이 실패를 거듭하는 학교 환경으로부터 탈출해 여건이 나은 사립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궁극적으로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교육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 박사는 교육전문 사이트 에듀위크 기고를 통해 "두 집단간의 성적 평균 차이가 확신을 갖기에는 그리 크지 않아 바우처가 학업 수준 향상에 기여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시기상조"라고 꼬집었다. 마이어스 박사는 특히 "겉으로는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프로그램 참여가 차단돼) 공립학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대다수 빈민 가정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돈을 종교로 흘러 들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사립학교 상당수가 종교학교이며, 바우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교 대부분이 종교학교라는 이유에서다.
바우처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 정부는 과연 저소득층 자녀의 학업 성취도 부분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워싱턴에서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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