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1월중 소비자물가는 작년에 비해 3.4% 높아졌으며 서민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활물가도 4.3%나 올랐다.조류독감이나 설날과 같은 계절적 요인 때문에 많이 오른 농축산물 가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경기가 회복되면서 오르는 원유 가격과 국제원자재 가격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우리 생활필수품과 공공서비스 가격을 인상시키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비용상승에 의해 물가가 오르는 것 외에 경기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수요증대에 의해서도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는 점이다. 벌써 토지 등 부동산가격이 들썩이고 있고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도 전에 이렇게 물가마저 크게 오르면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물가가 오르면서 다시 임금이 따라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으로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임금상승이 늘어나고 있는 수출을 다시 감소시킬 우려가 크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물가를 낮추기 위해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
먼저 통화당국은 수요증대로 높아지는 물가를 낮추기 위해 선제적인 금리정책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금리정책은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기회복으로 물가가 오르기 전에 미리 실시해야 한다. 과거에도 통화당국은 경기만을 고려하다가 시기를 놓쳐 물가를 억제하는데 실패한 적이 있다.
우리 경기가 지금은 비록 침체되어 있지만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선진국들은 세계적인 경기회복 추세에 맞추어 선제적으로 금리를 높여 물가상승을 차단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금년 상반기 중 시기를 놓치지 말고 금리를 선제적으로 소폭 올리는 정책을 사용해서 수요증대에 따른 물가상승을 억제토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부동산가격 상승 또한 막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재 부동산가격은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와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상승압력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금리를 조금 높여서 과도하게 풀린 돈을 서서히 흡수하고 재건축요건을 강화하여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제원자재 가격과 같이 비용상승에 의해 공산품 가격이 오르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환율을 낮추어서 수입물가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환율이 너무 높아서 물가를 상승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환율을 과도하게 낮출 경우 수입원자재 가격 하락에는 효과가 있지만 수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이미 외환위기 전에 경험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비록 쉽지 않은 일이나 과도한 환율조정보다는 기업 내에서 생산성을 높여서 생산비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 경제는 노사가 합심하고 비효율적인 제도를 개선하면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우리는 그동안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로 임금과 생산비가 높아졌지만 일본은 오히려 경기침체를 생산성 향상의 기회로 삼아 물가를 낮추고 수출경쟁력을 높였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서비스 요금도 비효율적인 제도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제도를 과감히 바꾸도록 해야 한다. 사교육비의 경우 공교육에 경쟁요소를 도입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법으로 제도개선을 통해서 비용을 낮추어야 하는 것이다.
수출증대로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은 적정환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우리 내부적으로 비용을 줄여서 물가상승을 적극 억제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김 정 식 연세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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