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기'가 최대 경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올해 우리 경제는 생산이 증가하더라도 고용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고용 감소하는 성장'이 온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월 경기실사지수(BSI)도 체감 경기 전망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유독 고용 전망만은 감소,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3일 대한상공회의소의 '2004년 주요 업종별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요 업종의 평균 생산증가율은 5.9%에 달하지만 이에 따른 고용증가율은 2.0%에 불과하다. 생산이 다소 늘더라도 이러한 생산 증가가 곧바로 고용 증대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생산은 지난해 대비 2.6%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은 오히려 2.2% 감소하는 등 생산과 고용의 괴리 현상마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 업종도 생산은 1.6% 늘어나지만 고용은 거꾸로 1.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 감소하는 성장'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한편 건설부문은 민간주택경기 위축으로 생산(수주계약)이 9.5% 감소하는 가운데 고용은 3.6% 줄어들 것으로 보여 올해 최악의 고용 시장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생산증가 못 따라가는 고용
비교적 높은 생산 증가가 예상되는 업종에서도 고용 증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설비투자가 7조8,000억∼9조원 대로 15.4%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은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6.7%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전자 업종도 디지털 TV 수요확대와 미국의 정보기술(IT) 경기회복으로 생산은 15.5%나 확대되지만 고용은 5.5%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
또 일반기계는 5.5%에 달하는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고용이 4.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자동차도 생산 7.0%, 내수 15.3%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들이 신규 영업 인력을 대폭 충원할 예정이어서 3.5%의 고용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성 위해 인력 줄이고 자동화
이처럼 생산이 늘어도 고용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은 기술 발전 및 노사관계 불안으로 생산 라인 확장이 고용 확대보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대한상공회의소 신석호 과장은 "예전에는 생산량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일자리도 늘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생산성 제고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고용 확대보다는 자동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생산은 늘고 기업 경쟁력도 높아지는 반면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의 극심한 내수침체와 설비투자 감소가 올해도 이어져 주요 업종의 고용사정이 그리 밝지 않은 편"이라며 "지난해 미국과 일본이 경험했던 '고용 없는 경기회복', '고용 감소하는 성장'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발표된 전경련 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전체 경기 전망은 1월 99.8에서 2월 104.9로 개선됐지만 고용 전망은 1월 104.0에서 2월 99.1로 감소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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