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생들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오죽하면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의미)이라는 신조어가 나왔겠는가? 이제 막 사회로 나오자마자 처음 겪는 고통이 그토록 강렬한 것인 만큼 그네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그런데 대학 졸업생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대학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공급하지 못하는 데에도 기인한다. 매년 실시하는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들의 실무능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대학이 시범 실시 중인 제도가 효과를 거두고 있어 널리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산학 협동 교육'은 선진국에서 보편화한 대학생 장기 인턴제를 원용한 것으로 대학 3, 4학년생들이 한 학기 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는 대신 기업이나 산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약 15학점을 이수하는 것이 골자다. 일하면서 학점을 받는다는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게다가 인턴 수당도 주고 기업이 원한다면 해당 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제도는 졸업생이 대학문을 나서기 전에 직업 세계와 기업에 대한 소양 및 실무능력을 쌓게 해 주는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정부는 참여 학생과 기업을 2학기부터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서울의 어느 사립대학은 3년 전부터 '졸업생 재교육(Retraining) 제도'를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실시하여 직장 초년생들과 기업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제도는 갓 취업한 동문 졸업생들의 신청을 받아 성과 지향 회의 운영기법, 비즈니스 오피스 영어, 엑셀 활용법 등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강좌를 16주에 걸쳐 무료로 온라인 교육하는 제도이다. 졸업 후에도 '품질 보증'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실제로 어느 지방대학은 지난 연말에 '졸업생 리콜제 및 평생 애프터 서비스제'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직무에 적응하지 못한 졸업생을 대상으로 지도 교수가 출장 교육을 해 주겠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오는 판이다. 학문의 전당이 신입 사원 양성소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이러한 제도가 이태백이라는 신조어를 사라지게 만들기 바란다.
최 영 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