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돈 민경찬씨의 650억원 펀드 모금을 둘러싼 비리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다시 좌고우면하는 느릿한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다. 펀드 모금에 위법의 개연성이 있어 강도 높게 조사한다면서도, 민씨가 비협조적이고 피해 신고가 없는 등 장애가 많아 진상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거듭 불거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에 청와대가 올바로 대응하지 않은 선례에 비춰, 이번 의혹을 민정수석실이 도맡아 진상을 조사하고 처리방향을 정하는 것부터 적절치 않다. 권력형 비리의혹에 위법개연성이 있다면 검찰이 신속하게 공개 수사하는 것이 우선 사리에 맞고 의혹 해소에도 도움될 것이다.청와대는 펀드 모금을 알고도 제지하지 않은 잘못이 이미 지적됐다. 신용불량 상태인 대통령 친인척이 의혹이 일게 뻔한 투자펀드를 모으는 것을 어쨌든 막지 못한 민정수석실이 이제 와서 의혹의 진상과 책임소재를 명쾌하게 밝혀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민씨의 비협조를 앞세우는 모습은 신뢰를 한층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조사결과를 내놓아도 의혹을 씻기 힘들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끌다가 검찰 수사를 의뢰할 경우, 수사 결과에 대한 믿음도 처음부터 흔들릴 것이다. 청와대가 설정한 틀이 엄정한 수사를 막는다는 논란과 갈등이 되풀이되며 의혹을 한층 키우고 끝내 더 크게 상처 입은 경험을 스스로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검찰도 범죄증거가 없다며 손 사래 치다가 의혹이 한껏 부풀려진 뒤 모든 부담을 떠안는 전례를 되풀이 하는 것은 어리석다. 민정수석실의 임무는 친인척 비리를 사전에 막는 것이고, 이미 불거진 비리의혹은 사법기관이 수사하게 돼 있는 원칙을 따르는 것이 순리이자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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