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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영해수호 최전선 독도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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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영해수호 최전선 독도를 가다

입력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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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국토의 최동단(最東端) 독도. 평온한 듯 보이지만 이곳은 언제나 긴장이 감도는 영해수호의 최전선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동해의 거친 파도에도,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지도층의 망언에도 아랑곳없이 외딴 섬 독도를 지키는 경비함과 독도경비대의 경계태세에는 한 치의 빈틈도 없다.지난달 28일 오전 9시. 동해해양경찰서 소속 1003 경비함은 5박6일간의 독도 해상경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동해 묵호항을 출항했다. 출항 10여분후 "기상상태가 나쁘니 바깥 통로 출입을 삼가라"는 함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시시각각 돌변하는 겨울철 해상날씨는 순간의 방심도 용납치 않는다. 3∼4m에 달하는 높은 파도가 잇따라 굉음을 내며 경비함에 부딪쳐왔다. 악천후 속에 배는 출항 7시간여 후 독도 근해에 도착했다. 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이방인인 기자의 방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거센 파도 탓에 독도 입도는 다음날로 연기해야 했다.

독도 해상경비를 맡은 해경 경비함은 출항 직후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날은 오징어철이 지나서인지 근해에서 조업중인 한치잡이 배들만 레이더에 잡힐 뿐 독도 영해 12해리 내에 접근하는 미확인 선박은 포착되지 않았다. 조타실 안은 조용한 긴장만이 끝없이 이어졌지만 드넓은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대원들의 눈길에는 조금의 미동조차 찾아볼 수 없다. 1003경비함 감종일 함장은 "경계업무 도중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이 포착되면 경비함은 즉시 경계태세에 돌입, 전속력으로 출동해 근접경비를 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순시선이 독도 영해에 근접해 올 경우 육안 확인이 가능한 거리까지 달려가 '몸싸움'을 방불케 하는 근접경비를 펼친다. 사소한 시비거리를 막기 위해 함포의 방향이나 배의 진로까지 신경 써야 하므로 경비함의 임무는 더욱 막중하다. 독도 근해 경비를 해군이 아닌 해경이 맡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한일간의 미묘한 갈등관계를 고려한 때문이다. 이재현 부장(부함장)은 "요즘처럼 일본 지도층의 독도망언이 나온 직후에는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한일간 마찰이 격화할수록 독도 경계 근무의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해경 경비함의 성능은 일본 해상보안청의 배와 견줘보면 레이더 등 각종장비에서 10∼20년 가량 뒤떨어진다. 함선 숫자도 일본이 1,000톤급 이상을 48척 보유한 반면 우리는 15척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원들은 "철통 같은 경비태세 만큼은 일당백도 남는다"고 자신했다.

얼마전 교통사고를 당한 조타장 정대성 경사는 보름간의 입원치료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배에 승선했다. 이날 밤에도 선실에서 교대시간을 기다리던 정 경사는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업무특성상 내가 빠지면 다른 대원이 고생할 게 뻔하다"며 불편한 몸을 추스려 다시 조타실로 향했다. 정 경사는 "경비함은 영해경계뿐만 아니라 해상치안 해난구조 해상오염방지 등 일상적인 업무도 함께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가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고 말했다.

날이 바뀌어 29일 오전 9시 30분. 독도는 괭이갈매기들의 울음소리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에 둘러싸인 채 서서히 의연한 자태를 드러냈다. 30여개의 작은 섬들에 둘러싸인 채 망망대해에 우뚝 서 있는 동도(해발 98m)와 서도(해발 168m)는 사이 좋은 오누이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동도의 정상에 '국토의 끝'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경북경찰청 울릉경비대 소속 독도경비대가 자리잡고 있다.

3월 전역을 앞둔 서상렬(22) 수경은 "체육관에서 헬스나 탁구 등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고 인터넷을 통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며 "전역을 앞둔 대원들은 틈틈히 책을 보는 시간도 갖고 있다"고 독도 생활을 전했다. 현재 독도에는 위성인터넷이 설치돼 있어 이메일이나 채팅을 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으며 동도의 선착장 끝에서는 휴대폰 연결도 가능하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눈을 뜨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매서운 북서풍과 거의 매일 내리다시피 하는 많은 눈 때문에 경계업무가 무척 고되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비대를 힘들게 하는 것은 1개월에 2∼3번 꼴로 영해 경계선에 나타나는 일본순시선. 얼마전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일본 지도층의 망언이 나왔을 무렵, 독도경비대장 백민욱(24·경찰대 18기) 경위는 대원들에게 '우리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사명감으로 국토를 지켜내자'고 비장한 어조로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 연말연시를 가족과 떨어져 보내느라 무척 외로웠다"는 백 경위는 "하지만 대한민국 동쪽 땅끝을 지킨다는 긍지로 대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며 어깨를 펴보였다.

/독도=김명수기자 lecero@hk.co.kr

■ 독도 분쟁 언제부터

독도의 정식 행정명칭은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1의 37이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92㎞ 떨어진 동경 131도52분07초, 북위 37도14분12초에 위치한 독도는 정상이 비교적 평탄한 동도와 산정이 뾰족한 원뿔형인 서도, 그리고 그 주변에 산재하는 36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진 화산섬이다. 울릉도(260만년 전)와 제주도(120만년 전)보다 앞서는 약 460만년 전에 해저 화산폭발로 형성됐다고 한다. 면적은 18만5,059㎡.

옛날에는 삼봉도 가지도 우산도 등으로 불리다 1881년 독도로 개칭됐다. 1905년 러일전쟁을 통해 독도의 가치를 재인식한 일본은 같은 해 2월 일방적으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개칭한 뒤 일본 시마네현(島根縣)에 편입, 영유권 분쟁의 단초가 됐다.

섬은 동도와 서도 사이의 형제굴, 동도의 천장굴 등을 비롯한 해식동굴과 해식대(海蝕臺·암석해안이 해식작용에 의하여 후퇴하고 그 전면의 해면 가까이에 나타나는 평탄한 지형), 해식애(海蝕崖·파도가 해안에 있는 산지에 부딪쳐 침식하면서 생긴 급경사면)가 발달해 있다.

81년 울릉도 주민인 최종덕씨가 최초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독도에 등재하고 거주해오다 사망한 이래 독도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주민은 없었다. 그러나 어민 김성도(66)씨 가족이 91년부터 주민등록을 한 뒤 살고 있다. 이후 225가구 842명이 독도로 호적을 옮겼다.

/김명수기자

■"민간인 살아야 日이 억지 못부려요"/유일한 독도주민 김성도씨 부부

"독도가 일본 땅 이라뇨.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땅입니다."

김성도(66)씨 부부는 독도 우표 발행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분개하는 사람이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가 바로 이들의 주소. 독도에 사는 유일한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알면 독도와 일본에 대한 이들의 남다른 생각이 읽혀진다.

김씨 부부가 독도로 주소지를 옮긴 것은 1991년 11월17일. 경비대원뿐 아니라 민간인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이곳이 대한민국 영토라는 점을 과시하고 싶었다.

김씨 부부는 물고기를 잡고 해삼 멍게를 채취하면서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5개월 정도를 독도에 마련한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 나머지 기간은 울릉도 도동의 또 다른 집에서 보낸다. 따라서 현재는 울릉도가 거주지. 독도 생활은 TV도 볼 수 있고 유무선 전화도 이용할 수 있어 큰 불편은 없다. 경비대원들이 있지만 처지가 비슷한 민간인이 없어 외롭기는 하다고 한다.

97년 '푸른 울릉·독도 가꾸기 모임' 회원들이 심은 나무가 그런대로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독도 사랑도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불만도 적지 않다. 독도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독도 입도 절차를 완화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도는 지도상에나 있는 섬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는 친숙한 섬이 될 것입니다. 늘 우리나라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며 쉽게 억지를 부릴 수 있겠습니까?"

/울릉도=이정훈기자 jungh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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