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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친일청산 의지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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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친일청산 의지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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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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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한 기부금품 모집 허가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로써 국회가 전액 삭감해 국민적 분노를 촉발시켰던 사안이 일단락됐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 이 정부가 진정으로 '참여정부'인지, 그리고 국회가 도대체 어느 시대 국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먼저 정부의 행태를 보자.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은 2002년에 처음 시작됐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는 5년간 35억원을 들여 친일인명사전, 친일단체 편람집 등 20권 분량의 총서간행사업에 나섰다. 다행히 정부도 취지를 이해해 그 해와 지난해 각각 2억원씩을 지원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국내친일단체 편람집' 등을 펴냈다. 그런데 3차년도인 올해 후속사업을 위해 신청한 5억원을 정부가 전액 삭감해버렸다. 교육위 예산심의과정에서 이를 확인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 등이 이를 문제삼아 다시 5억원을 예산안에 끼워넣었으나 이 예산은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다시 삭제됐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지원됐던 관련예산이 '참여정부'들어 삭감돼버린 것이다.

친일청산문제에 대한 공직자들의 부정적 시각은 지난달 7일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진상규명 특별법'을 다룬 법사위소위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의원들의 찬반토론이 진행되던 중 김주현 행자부차관이 나서 "법안내용중 처벌대상과 관련, 후손들이 반발해 국민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학계로 넘기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의 발언으로 팽팽하던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결국 법안은 보류됐다.

그러나 특별법안 보류소식은 즉각 네티즌을 비롯한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새 국면으로 전환했다. 한 네티즌이 "우리 손으로 사전을 만들자"며 모금운동을 제안했고 이어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가 합동으로 지난달 8일부터 모금에 나섰다.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요원의 불길처럼 모금운동 참여열기가 퍼져나갔다. 모금운동은 시작한지 불과 11일만에 목표액 5억을 넘어섰다. 참여인원만 2만2,000여명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행자부는 또 한차례 엇박자 행보를 해 빈축을 샀다. 현행법상 민간단체가 모금운동을 하기위해서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행자부는 취재에 나선 언론을 통해 뒤늦게 이를 알고 민족문제연구소에 "불법 모금운동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허성관 행자부 장관이 이미 10만원의 성금을 낸 사실이 알려지자 담당과장은 곧 중단조치를 철회했다. 10만원의 성금을 내면서도 불법사항인지조차 모르고 있던 허 장관이나 사안의 중대성을 지각 확인하고 금지조치를 철회한 실무자나 모두 실소를 머금게 하긴 마찬가지다.

16대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2일 시작됐다. 국회는 첫날 발빠르게도 '불법대선자금 진상조사 청문회'를 열기로 한 대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등 '4대 과거사 특별법안'은 다시 관련소위로 반려해버렸다. 13명의 의원이 구속되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등 2명의 의원이 구속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건국이래 가장 만신창이가 돼버린 16대 국회가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치현안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민생법안은 물론 과거사 특별법안 등의 처리에 먼저 주력해야 마땅하다.

윤 승 용 정치부장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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