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대학본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건데…." 경기도와 서울대가 첨단기술 연구와 인력 양성을 위해 서울대 공대의 연구개발센터를 수원 이의신도시에 건립하기로 합의했다는 기사가 몇몇 신문에 보도된 2일 아침. 서울대의 한 인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대 공대가 실무자 차원에서 만든 기획안을 경기도가 장소와 예산규모는 물론 2006년말 개원일정까지 못박아 발표했기 때문이다.그 과정을 한꺼풀 더 벗기면 더욱 혀를 차게한다. 경기도가 각종 첨단연구개발시설을 도내에 유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실적'이 아쉬웠던 경기도는 이달초 서울대 공대에 연구개발센터 건립을 타진했고, 서울대 공대는 2주간의 검토과정을 거쳐 지난달 27일 양측의 만남에서 경기도에 스케치성에 가까운 초안을 건넸다. 그러나 예산 등 주요항목은 공란으로 남겨뒀다. 그랬던 것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서울공대 연구개발센터 건립 합의'로 둔갑한 것이다.
"공식 문서 한장 오 간 것이 없어요. 경기도의 신속한 추진력이 놀랍기만 하네요." 서울대측의 반응처럼 요즘 경기도의 밀어붙이기는 경이에 가깝다. 최근에는 특목고 16개를 건립한다며 수도권 학부모의 심금을 자극한지 보름여만에 분당급 신도시 20개를 건설한다는 메가톤급 계획을 발표, 무주택자들의 환심을 얻는 듯했다. 1주일 남짓 후에는 서울대 공대 연구개발센터 건립 발표가 이어졌다. 뭔가에 급박하게 쫓기는 듯한 인상마저 지우기 어렵다. 일각의 지적과 우려처럼 손학규 지사의 대권꿈에 쫓긴 홍보성 '작품'들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더더욱 주민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집과 교육 같은 사안들이 이런 류라면 오히려 큰 화를 자초할 지도 모른다.
이범구 사회2부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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