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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21>거트루드 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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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21>거트루드 스타인

입력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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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년 2월3일 미국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펜실베이니아주 앨러개니에서 태어났다. 1946년 파리 근교 뇌유쉬르센에서 몰(沒). 스타인은 단편집 '3인의 생애', 장편 '미국의 형성' 등에서 스냅사진의 반복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스타일로 '문학적 큐비스트'라는 별명을 얻은 작가이지만, 그녀의 이름은 특정한 작품보다는 한 세대 또는 집단의 문학적 분위기와 더 밀접히 연결돼 있다. 그 세대 또는 집단의 이름은 '길 잃은 세대' 또는 '파리의 미국인들'이다.유년기를 빈에서, 청년기를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스타인은 하버드의 자매교인 래드클리프여대에서 윌리엄 제임스로부터 심리학을 배운 뒤 다시 대서양을 건너가 파리에 정착했다. 그리고 그 뒤의 삶을 거기서 살았다. 유대인이었던 스타인이 독일 점령기의 파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은, 나이도 있었겠지만, 그 도시에 대한 그녀의 애착을 보여준다. 1910∼20년대 파리에는 프랑스 예술가들 못지않게 미국 예술가들이 우글거렸다. 스타인을 위시해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엘리엇, 제임스 조이스, 맨 레이 같은 이들이 바로 그 '파리의 미국인들'이었다. 이들은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막스 자콥, 콕토, 지드 같은 프랑스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파리를 진정한 국제적 예술 도시로 만들었다.

이 그룹의 한 가운데 있던 사람이 스타인이었다. 파리 플뢰뤼스 거리 27번지에 있던 그녀의 아파트는 이 세대 작가·예술가들의 아지트였고, 스타인은, 헤밍웨이와 잠시 사이가 틀어졌을 때, 이들을 싸잡아 '길 잃은 세대'라고 불렀다. 스타인이 심술궂게 붙여준 이 딱지를 헤밍웨이는 영예로 받아들였다. 삶의 좌표를 잃은 채 방황하는 파리의 미국인들을 그린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의 제사(題詞) "당신들은 모두 길 잃은 세대입니다"는 이렇게 탄생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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