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열기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 영화는 전국에서 관객 840만명을 동원함으로써, '친구'의 기록을 깨뜨렸다. 중순께는 한국영화로서 꿈의 기록인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어 영화인들이 잔뜩 고무돼 있다. 실존 북파공작 부대의 실상을 그린 강우석 감독의 이 영화는 출발 때부터 야심적이었다. 84억원의 많은 제작비를 들여 강도 높은 남성적 영화를 제작했고, 관객동원 기록과 소재적 금기를 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실제사건에서 30여년이 흐른 지금, 표현의 자유와 실천을 시도한 이 영화가 대중의 박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실미도'의 여러 감동적 요소가 청장년층과 남녀 관객을 고르게 불러들이고 있다. 한국영화의 지평이 또 한번 큰 폭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 영화는 분단 극복적 의지를 보여주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와 정치적 맥과 의미를 같이 하되, 소외받은 젊은이의 자유에 대한 외침과 유린된 그들의 인권을 절망적 극한상황과 대비하여 뜨겁게 부각시키고 있다. 냉전시대와 국가주의 속에 찢긴 청년들의 삶과 죽음을 투박한 언어로 고발하여 공감과 감동을 얻어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49.7%(서울 기준)로 집계됐다. '실미도'와 '살인의 추억'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이 작품성과 상업성에서 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국적별 관객에서는 미국(43.2%)과 일본 중국 순으로 이어졌다. 우리 영화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제기되는 것이 스크린쿼터제 문제다. 아직 그 폐지나 수정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점유율 향상은 우리 영화의 전반적 수준향상 때문이기보다는 몇 개 작품에 크게 좌우되는 까닭이다. 할리우드 영화는 우리 영화의 영화(榮華)를 하루 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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