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돌아온다. 최민수의 마초적 남성성도 아니고, 정우성 이정재 등 꽃미남의 멜로드라마적 남성성도 아니다. 남성의 육체가 휴머니즘과 결합해 2004년 충무로를 열어젖혔다. '실미도'의 안성기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잘 깎은 상체를 들고 나왔고, 권상우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쌍절곤을 휘두르며 거울 앞에서 웃통을 벗어제쳤다. 이들 영화는 남성성을 적극적으로 내걸기보다는, 남성 육체의 스펙터클을 감동의 도구로 적절하게 이용한 휴머니즘 드라마의 특성을 띤다.남성 육체의 아름다움
개봉을 앞둔 '아라한 장풍 대작전'(감독 류승완, 주연 류승범·안성기), '돌려차기'(감독 남상국, 주연 김동완), 촬영에 들어간 '바람의 파이터'(감독 양윤호, 주연 양동근)와 촬영 예정인 '역도산'(감독 송해성 주연 설경구) 등 남성 육체의 아름다움을 내세운 남성 액션드라마가 줄을 잇고 있다. 태권도, 무협, 가라데, 레슬링 등 다양한 무술영화를 통해 남성성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이미 '실미도'와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남성의 육체는 이 시대가 소비하는 주요 스펙터클 가운데 하나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올해 개봉하는 영화에서의 남성성은 이전의 남성성과 궤를 달리 한다. 미적 감상물로서의 남성적 육체의 전시이자, 사회적 폭력에 상처받는 상징이라는 양가성을 띠고 있다. 고난을 통해 다듬은 남자의 상체는 올 충무로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다.
이른 감이 있지만 이들 영화를 액션영화 부활의 조짐으로도 볼 수 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강한 드라마성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 다르게 말하면 역경을 딛고 자기 스스로를 이겨내는 극기와 감동의 스포츠 또는 무술 드라마다. 조폭영화의 선정적 폭력 장면이나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인간'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데서 올 충무로 액션영화의 차별성이 드러난다.
남자의 몸―극기의 드라마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도인을 만나 수련하면서 득도하는 평범한 교통경찰, '바람의 파이터'는 살인적인 극기 훈련을 거쳐 극진가라데로 일본을 평정한 최배달의 일대기이며, '역도산'은 프로레슬링으로 일본을 주름잡은 역도산을 그린다. '돌려차기'는 고등학교 태권도부를 때려 말썽을 일으키지만 오히려 태권도부가 되어 전국대회에서 승리하는 문제아를 다루고 있다.
평론가 심영섭씨는 "1980년대 영화 속에 나오는 남성의 몸이 관음증을 자극하고 남성성을 과시하는 데서 멈췄다면, 최근에는 남성의 몸이 단련되는 과정을 드라마에 녹이면서 남성의 몸을 통해 휴머니즘과 마초성 등 여러가지 의미를 찾고 있다"고 짚었다. 몸짱 신드롬과 맞물린 이들 남성 액션영화는 남성 육체를 노골적으로 내걸기보다는 '고통의 승화'라는 서사를 통해 남성 육체를 휴머니즘과 결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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