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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7> 천신만고 끝 행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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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7> 천신만고 끝 행운이

입력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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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에 사실 분 구합니다.'알로에는 무럭무럭 자랐지만 사 주는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이 좋은 약초를 몰라주다니…". 통곡할 노릇이었다. 혼신을 다해 알로에 대량 재배에 성공한 나는 하늘을 날 듯 기뻤다. 돈도 돈이지만 병마에 신음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몇 천 그루씩 길러낸 알로에는 그대로 쌓여갔다. 알로에가 좋다는 건 나만 알고 있던 셈이다. 한숨과 함께 시름이 깊어졌다.

궁리 끝에 신문사를 찾았다. 효능을 알리는 게 급선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알로에가 뭔지 모르던 시절인지라 돌팔이 약장수 취급 받기 일쑤였다. 알로에만 먹으면 평생 고질병도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혹 관심을 보이다가도 "그런데 그걸 어떻게 증명하죠"라며 토를 달았다. 그리곤 고개를 내저었다. 아예 머리가 돈 사람 취급하는 곳도 있었다. 하기야 내가 자살을 결심할 만큼 온갖 병마에 시달렸다는 걸 주위 사람이나 알지 누가 알겠는가.

실망 속에 담배를 깊숙이 빨아대던 내게 누군가 "광고를 한번 내 보라"고 말했다. 그 방법 밖에 없었다. 농사 비용과 생활비도 거덜난 형편이었지만 광고를 내기로 했다. 가로 세로 3㎝의 작은 광고였는데 돈은 6만원이나 들었다. 때는 10·26 이후 민주화 바람이 한창 불어대던 1980년 봄이었다.

한 달을 기다려도 소식이 감감했다. 나는 다시 6만원을 마련해 신문사로 갔다. 며칠 후 손님이 찾아왔다. 새마을신문의 윤현재 부장이라고 했다. 3주쯤 지나 새마을신문에 '알로에 신비를 캐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반응은 뜨거웠다. 솔직히 크지 않은 신문인데도 매스컴의 힘은 정말 컸다. 나는 이 신문에 '경이의 약초 알로에'란 제목으로 알로에 재배법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윤 부장의 주선으로 그 해 여름 CBS라디오 농민 프로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방송국 사람들은 나를 촌부 정도로 여기다 내 말솜씨와 지식에 놀라 CBS의 골든아워 프로로 옮겨줬다. 이를 계기로 알로에 바람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고 나도 명사 대접을 받았다.

그 무렵 TBC라디오 '황인용 강부자입니다' 프로에도 초청됐다. 내가 출연한 뒤 며칠 동안 문의 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기야 내 인생 역정은 여느 영화 못지않게 드라마틱했다. 특히 알로에를 만나면서 병을 고쳐낸 이야기는 한치의 가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극적이고 생생했다. TV와 라디오, 신문과 잡지는 앞 다퉈 나와 알로에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요즘 웰빙 바람과 비슷하게 알로에 붐이 일어났다.

지방의 한 TV 프로에 나갔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방송 후 담당 PD는 "인기는 대단했다. 그런데 김 선생의 얘기가 국민을 현혹시키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알로에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든 게 아니냐는 핀잔이었다. 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던 그도 몇 달 후 다시 만나자 대뜸 "기침 해소와 변비에 효과를 봤다. 알로에는 정말 신비한 약초"라고 털어 놓았다.

알로에는 붐에 이어 대박 조짐이 뚜렷했다. 뿌듯했다. 온갖 수모와 적빈(赤貧)속을 헤매면서도 끝내 알로에에의 집념을 잃지 않은 내가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어렵던 시절도 생각났다. 사실 76년 봄 묘목 보따리 장수로 나서기 전에는 노모가 살림을 챙겼다.

삶에 대한 애착을 접은 나는 그야말로 백수였다. 그런데 내 몸 하나라도 건사해야 하는 처지가 돼 장사에 내몰린 나는 저녁 한끼로 하루를 버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장사엔 소질이 없었다. 거의 매일 어디서 자고 어떻게 끼니를 이을 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 내가 큰 돈을 번다면 그건 하느님의 뜻이라고 여겼다. 그 돈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 나아가 인류를 위해 값지게 써야 한다고 늘 다짐했고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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